『公對協 노사대책 주도 「검찰국가」연상시킨다』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7분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사건을 계기로 대검 공안부장이 12개 정부 부처의 국장급 실무 책임자들을 모아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측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공안대책협의회(공대협)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재야법조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은 “검찰이 주도적으로 노사관련 정부 대책을 조정하는 것은 초법적인 발상”이라며 공대협의 근거 규정인 대통령 훈령 제77호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이 협의회에 참석하는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검찰이 주재하는 노사대책협의회는 ‘검찰국가’를 연상시키는 전근대적 회의체”라며 공대협의 운영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를 확대 개편해 올 3월 발족한 공대협은 대검 공안부장이 의장을, 대검 공안기획관이 간사를 맡고 통일부 행정자치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노동부 건설교통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국군기무사령부 소속의 공안 관련업무를 담당하는 국장급 공무원이 위원을 맡고 있다.

대통령 훈령은 중앙의 공대협 뿐만 아니라 과장급 실무자가 참석하는 실무협의회와 각 지방검찰청에도 공안대책 지역협의회를 설치토록 해 노사문제에 관한 한 검찰이 전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사문제가 복잡했던 지난해의 경우 검찰은 공안사범합동수사본부 회의를 50여차례 열었으며 올해도 서울지하철파업 등을 전후해 공대협 회의와 실무자회의를 10여차례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법조인들은 범죄 수사와 기소가 고유업무인 검찰이 공대협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 역행하는 조치로 국가업무의 조정은 총리실이나 관계기관 장차관회의 등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주원(金周元)대한변협 공보이사는 “무엇보다 대통령 훈령을 근거로 정부기관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초법적인 발상으로 이 규정을 폐지하고 공대협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제(朴仁濟)변호사는 “대검 공안부장이 공대협 회의에서 노동정책 등에 관해 강경한 의견을 내면 다른 힘없는 기관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가 ‘검찰국가’가 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공대협 실무자회의 등에 참석했던 관계기관 공무원들도 공대협의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힘센 기관이 부르니까 가기는 하지만 절실하게 필요한 조직인지 회의가 들었다”며 “그래서 바쁘다는 핑계로 부하직원을 대신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영훈·정위용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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