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희리스트」파문]『정관언론계 150여명에 돈줬다』

  • 입력 1999년 6월 11일 19시 37분


원철희(元喆喜)전농협중앙회장이 회장 재직시 여당의원과 국회의원 비서진 등 정관계와 언론계 인사 등 150여명에게 후원금과 떡값 명목으로 모두 수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대검 중수부(이종찬·李鍾燦 검사장)는 11일 구속수감중인 원씨를 소환, 조사한 결과 원씨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인 김영진(金泳鎭)국민회의 의원 등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씨는 이날 “다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김의원에게 30만∼50만원씩 후원금 명목으로 준 것으로 기억되는데 전체 액수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원씨가 김모장관에게는 전혀 돈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원씨가 후원회 등을 통해 특정 정치인에게 제공한 금액이 많아야 300만∼500만원대를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천만원대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과 농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원씨는 회장으로 재직한 95년부터 99년 2월까지 조성한 비자금 4억9000여만원 중 2억2000여만원은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2억7000여만원 가량을 정관계 및 언론계 인사들에게 제공했다는 것.

검찰은 그러나 4월 농협비리 수사를 끝내면서 원씨가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강원지사 후보로 출마한 한호선(韓灝鮮)전 농협회장에게 선거비용으로 1000만원을 제공한사실만발표했다.또 원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는 “(비자금 중 일부를)교분있는 사람들에게 전달했다”고만 기재했다.

검찰 관계자는 “농협비리 수사 당시 원씨는 한씨 부분을 제외하고는 ‘소액인데다 준 사람이 너무 많아 일일이 기억을 못하겠다’고 말해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돈을 주었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모두 조사할 수도 없고 97년 정치자금법 개정 후에 금품을 받은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소액의 후원금을 수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더 이상 조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원씨는 9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비자금 사용처 중 의원 후원회비는 농협에서 영수증 처리를 할 수 없어 변칙처리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김의원은 “원전회장이 후원의 밤 행사에 참가해 법에 보장된 소액의 후원금을 놓고 간 경우는 있을지 모르지만 거액을 받았다는 것은 음해성 소문”이라고 해명했다.

김장관도 일부 언론에 보도된 로비자금 수수설과 관련, “3월 농협통폐합에 반대하는 측이 ‘원전회장이 나에게 돈을 건넸다’는 내용의 괴문서를 유포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원전회장으로부터 어떤 명목이든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최영훈·정위용기자〉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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