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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8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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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명의 청중이 몰려 성황을 이룬 이날 음악회는 초여름 밤의 운치를 한껏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주로 연인과 가족 단위인 관람객들은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도플러의 헝가리환상곡, 모차르트의 세레나데와 안희찬 임시원부부의 트럼펫 연주 등을 감상하며 모처럼 행복한 주말의 밤시간을 즐겼다.
이날 음악회는 ‘양평예술인협회’가 마련한 제2회 ‘양평 맑은 물 사랑예술제’의 개막프로그램.
12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예술제에는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주제로 한 팬터마임과 사진전 콘서트 시낭송회 국악경연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선보인다.
최근 수도권에는 전원생활과 창작예술활동을 위해 둥지를 튼 문화예술인들이 주도하는 다양한 ‘지역문화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몇년 전만 하더라도 ‘문화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문화수준을 크게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3백여명의 예술인이 둥지를 틀고 있어 ‘예술인촌’으로 불리는 양평군은 대표적인 지역. 양평예술인협회는 지난해 4월 이재우(극작가) 백시종(소설가) 황명걸(시인) 박범훈(음악가) 민정기씨(화가) 등 각 분야 예술인 120여명이 참여해 결성됐다.
협회는 결성 직후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지역특성을 고려해 환경을 주제로 한 예술제를 마련했다. 이어 자선예술제와 환경세미나 등을 개최해 꾸준히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왔다.
이 때문에 협회는 1년여만에 회원이 525명으로 늘어 인구 8만명인 양평군에서 가장 큰 시민단체로 성장했다.
협회 김강윤(金剛允)사무국장은 “‘문화’를 먼저 내세우는 대신 주민들이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목시키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지역문화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
시화호 오염 등 각종 환경문제로 시달려온 경기 안산시에는 지난해 가을 안산시민과 예술인 2백여명이 결성한 ‘상록수 문화사랑회’가 활동중이다.
사랑회는 공단도시로만 알려진 안산을 문화예술의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각종 문화 예술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올해 초 박근형 정성모씨 등 연기인 30여명은 경기 고양시를 문화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 극단 ‘자유로’를 창단해 9월 창단공연을 준비중이다.
고양 지역 중견여류미술가 모임인 ‘골안미술가회’도 회원들을 중심으로 올해 고양예술인모임을 결성, ‘삭막한 콘크리트 도시’에 ‘문화의 향기’를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대동역사기행’을 비롯, 각 지역의 ‘문화유산찾기’ ‘지역문화장터’ 등 민간단체의 ‘작은 문화운동’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양평예술인협회 이철순(李哲淳·43)기획이사는 “이같은 흐름은 ‘문화공급자’인 예술인과 두꺼운 ‘문화소비자층’을 이루는 전문직과 자영업 종사자 등이 각종 문화단체를 통해 본격적인 지역문화 만들기에 나섰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문화운동가들은 “문화센터 예술회관 등 문화인프라의 부족과 지역문화를 관 주도로 이벤트화하려는 지자체의 발상 등이 지역문화운동의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철순기획이사는 “고양꽃박람회 속초관광엑스포 등 관 주도의 문화행사는 대체로 실패로 끝나거나 상업화하는 등 큰 부작용이 생긴다”며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문화 소비자층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 기반시설을 확충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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