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옷 로비]연정희씨「고급의상실 쿠폰」출처는?

  • 입력 1999년 5월 31일 06시 51분


김태정법무부장관의 부인 연정희씨가 문제의 ‘라스포사’에서 옷값을 치를 때 사용한 ‘쿠폰’이란 어떤 것일까.

연씨는 검찰조사에서 “딸이 결혼할 때 웨딩드레스를 라스포사에서 맞춘 손윗 동서(전 LG계열사 사장 부인)가 준 1백만원짜리 상품권 두장을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김장관 부인이 사용한 상품권은 1백만원권이지만 고급의류점들은 5백만원권과 1천만원권 ‘쿠폰(일명 VIP카드)’도 발행해 정치인이나 고위관리의 부인들에 대한 ‘뇌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인이 기재돼 있지 않아 출처확인이 쉽지 않은 양도성예금증서(CD)가 정치인이나 고위관리들에게 ‘뇌물’로 이용되듯 그들 부인에게는 ‘쿠폰’이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상류층 부인들이 단골인 다수의 고급의상실에서 오래전부터 쿠폰이나 상품권 등 ‘제삼의 지불수단’이 선호돼 왔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VIP카드’로 불리는 쿠폰에는 금액표시 없이 품목과 수량만 기재돼 있다. 따라서 ‘백지수표’나 다름없는 쿠폰을 선물받은 사람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옷을 고를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옷값은 물론 선물한 측에서 ‘후불’로 치르는 것이 통례다. 서울 중구에서 고급의상실을 경영하는 한 사장은 “정관계인사나 그 부인들이 고급의상실에서 옷을 구입한 뒤 선물로 받았던 쿠폰을 주고 가면 나중에 재계쪽에서 결제하는 관행은 상당히 오래된 것”이라며 “한벌에 수백만원짜리도 있고 1천만원대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가 수입의류를 취급하는 일부 의상실에서는 주로 액수가 명시된 ‘선불제’쿠폰을 발행하나 손님이 원하는 가격대로 끊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이탈리아 수입의류점 직원은 “단골고객들이 명절이나 생일 선물용으로 수백만원짜리 쿠폰을 끊어간다”고 말했다.

〈윤상호·박윤철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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