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노조 되살린 동료애 『선배님 죄송』『미워말자』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어쩌다 보니 선배님이 그만 표적이 됐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하지만 이제 동료들끼리 서로 미워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지난달 29일 오후7시반경 서울 동작구 사당동 O병원.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의 파업 철회후 파업 적극 가담자들에게 폭행 당해 입원해 있는 공사 검수부 근로자 강용식(姜用植·41)씨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 노조원 5명이 들어섰다.

“어…, 왔어. 어서와.”

이들을 맞는 강씨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노조집행부가 파업을 공식 철회하기 하루전인 26일 현업에 복귀한 강씨가 이른바 ‘왕따’를 당한 것은 27일 오전. 출근부에 도장을 찍으려고 사무실로 갔으나 두개의 각목으로 문이 봉쇄돼 있었다. ‘심상치 않구나’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멱살을 잡고 밀쳤다. “이 ××야. 니가 여기 왜 와”하는 욕설이 귓전을 때렸고 곧이어 10여명이 몰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노조활동에 열성적인 편이었던 강씨의 입장에선 엄청난 충격이었다. 번민하다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어쩌다 우리 직장이 이렇게 된거냐”고 하소연했다.

강씨의 깊은 뜻이 통했는지 이날 몇몇 가해자를 포함해 후배들이 사과하겠다며 병실을 찾아온 것이다.

“빨리 일어나셔서 막걸리 내기 족구 한게임 해야죠.”

“고맙네. 마침 오늘이 내 생일이야. 자네들이 이렇게 와준 것이 큰 선물이구먼.”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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