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파업철회 현장표정]어느 노조원의 심경

  • 입력 1999년 4월 27일 07시 35분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의 전면파업이 시작된 19일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서울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벌였던 노조원 김모씨(32)는 26일 밤 노조지도부측이 전격적으로 파업철회를 선언하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문을 열지 못했다.

김씨는 “이번 파업이 단순히 지하철 노조만의 파업이 아니라 해고의 위기에 몰린 모든 근로자를 위한 파업이라는 생각에 집회와 농성에 적극 참여했다”며 “이 때문에 지하철 노조의 무조건적인 파업철회는 더욱 서운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이번 파업을 통해 배운 것도 많았다”며 “우리 주장이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시민들의 여론과 다른 길을 걸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파업철회 결정을 한 노조 지도부에 대해 “지도부의 결정에 전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지만 원망할 생각은 없다”며 “지도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또 “파업에 참가한 대부분의 노조원들이 시민에게 불편을 끼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직권면직될 수도 있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설마 그러기야 하겠느냐”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정을 묻는 질문에 김씨는 “집에 가서 쉬고 싶을 뿐”이라며 총총히 농성장을 떠났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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