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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6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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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첫발을 내딛는 오늘의 현실사회는 최대의 경제난국에 처해 있을 뿐만 아니라 한민족공동체로서 민족적 통합의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안정 속의 침체를 극복하고 세계통합의 지식체계 구축은 졸업생 여러분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무입니다.
또한 한민족의 염원이자 민족발전의 전기가 될 조국의 통일 역시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하여 21세기의 선진사회를 이룩해야 할 여러분의 또 다른 사명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는 약간의 성취와 진보에 자만하여 자아도취에 빠져드는 우를 범하였습니다. 불철주야 준비를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식기반의 자본주의 세계를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부끄럽지만 여러분에게 고통의 짐을 덜어주지 못한 우리 기성인들은 석탑의 자유 정의 진리의 전당에서 새로운 세계를 준비해온 여러분의 폭넓은 활약에 기대를 걸고자 합니다.
여러분과 우리가 새롭게 구성해야 할 세계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과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지혜로 변화하는 우주의 섭리에 자연스럽게 응하는 유연한 자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사회에 필요한 모든 조건에 합당한 완벽한 창조인을 형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새로운 시대적 환경에 능동적 창조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현대인상을 설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먼저 새로운 천년, 21세기 정보화 국제화의 지식정보 사회가 바라는 한국형 인간은 항상 새로운 지식산업을 창조하는 지식인입니다. 양심의 선택에 따라 그것이 비록 사소한 일상의 현상일지라도 파릇파릇한 새싹의 지조를 자신의 몫으로 꽃피울 수 있는 자아의 창조와 행위의 실천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둘째, 세기말의 침체된 한국사회는 합리적인 행위를 선택하여 실천하는 인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매한 학문적 지식을 관념적 이념의 세계로 정체시키고 충만한 육체적 기운을 한낱 만용으로 유희한다면 누가 그를 실천하는 지성인이라 하겠습니까?
합리적인 행위인이란 주어진 조건에서 실천 가능한 최선의 행위로 최적의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지식인입니다.
끝으로 새로운 희망의 세기가 요구하는 한국인은 구시대의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새시대의 유기적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1세기의 열린사회는창의적이고독립적으로활동할수 있는인격체를요구합니다.
어떠한 사회 생태적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고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에너지를 보존하여 어둠을 헤치고 현실을 밝혀 길을 찾는 인간, 이러한 모습이 오늘의 시대적 요구에 적합한 바람직한 지성인상일 것입니다.
한국인이자 세계인으로, 민족문화와 역사의 창조적 계승을 통해 세계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성인으로서의 삶을 완성해야 합니다.
김정배(고려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