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명]수뇌부, 심재륜 죽이기-평검사 달래기 고심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22분


심재륜(沈在淪)대구고검장의 ‘항명파동’은 검찰개혁의 신호탄인가 아니면 비리 혐의자의 자기방어성 ‘자충수’인가.

항명파동의 전개양상과 해법(解法)은 이같은 성격규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전국 각지의 검사들은 논란속에 사태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평검사들은 대체로 권력과 검찰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으나 검찰 수뇌부는 이 사건을 ‘패륜행위’로 단죄하려는 분위기다.

항명파동은 소장 검사들이 검찰 수뇌부의 이종기(李宗基)변호사사건 처리방식에 대한 불만을 집단행동으로 표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와 ‘폭발성’이 주목된다.

최근 수도권의 한 지검에서는 일부 소장 검사들이 검찰 수뇌부의 반성을 촉구하는 뜻을 모아 상부에 전달하려 했으나 간부들이 나서서 간곡히 만류하는 바람에 중도 포기한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뇌부는 일선 검사중 다수가 심고검장의 성명에 대해 “꼭 해야할 말을 해줬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검찰 수뇌부는 심고검장의 성명발표 직후 그를 고사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가고 있다.

심고검장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면서 사과(검찰)의 썩은 부분(심고검장)을 도려낸다는 전략이다. 일선 검사들의 동요를 차단하는 등 내부단속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원성(李源性)대검차장이 27일 심고검장의 비리 혐의를 까발리고 김총장이 28일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40명에 이르는 검사장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이같은 해법에 모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한 검사장은 27일 대검 대책회의에서 “심고검장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해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 구속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주장했다.

다른 한 검사장은 “총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수뇌부는 여하튼 이 사건이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양상으로 발전할 경우 검찰 전체가 공멸한다는 위기감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심고검장이 제기한 ‘정치시녀화된 검찰’이라는 논점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심고검장의 항명사건은 이미 검찰만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사건’이자 검찰의 미래가 걸린 ‘개혁 사안’으로 비화돼 이미 검찰 수뇌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법조계의 한 축인 대한변협이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하고 시민단체들이 검찰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형국에서 평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면 검찰 수뇌부는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준우·서정보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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