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체벌 112신고 파문]교육현장 중심 잡을 길 없나?

입력 1999-01-15 19:21수정 2009-09-24 13:5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달 14일 학생이 체벌 담임 교사를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 수업중인 교사가 교내에서 연행된 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여가 지났다. 교육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이 사건은 이후 ‘유사 사례’가 속출하는 등 우려할 만한 사태로 번지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사건이 교육 현장에 미친 파장과 ‘그 후’를 추적해본다.》

사건후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교사를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이후 체벌교사에 대한 학생의 신고가 하루 평균 1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2일 인천 S고에서는 학생이 자신의 뺨을 때린 교사를 신고해 교사가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학생에게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가 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 Y여고는 이 사례를 어떻게 처리 했을까.

유감스럽게도 지극히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사태가 진전되고 있다. 사건 다음날 학교측은 즉각 해당 교사(30)의 담임직을 박탈한데 이어 ‘신고 학생’에 대한 ‘색출작업’을 벌여 최근 관련 학생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교측은 곧 징계위원회를 열어 문제를 일으킨 교사와 학생에 대한 처벌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학교측은 작년말부터 교사 전체회의와 선도위원회 등을 통해 이 학생들의 처리문제를 검토해왔으며 해당 학생 모두를 곧 전학시킬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재단이사회도 해당교사에 대해 감봉이나 정직 등의 징계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사건 이후 학교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교권(敎權)침해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학교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몇몇 학생을 감싸는 것보다는 나머지 2천여명의 학생을 보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징계가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사건이 터진 후 학생 대표는 교무실을 찾아가 전체 교사에게 용서를 구했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사제간의 정을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은 냉담하다. 학교관계자는 “이 사건 이후로 교사의 권위가 그야말로 ‘땅에 떨어졌다’. 비록 학생들이 반성의 기미를 보인다 해도 지금은 용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단순히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교사의 문제’가 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처벌 위주의 해결방식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 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한 여학생은 “학생들이 모두 반성하고 있다. 그 애들이 전학을 간다고 생활을 잘 할 수 있겠느냐. 어차피 전학 간 학교에서도 다 알려질 거고 그 학교 선생님들에게 또다시 외면을 당할 것이 뻔하다. 학교가 친구들을 용서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학교가 모두 승복, 승리할 수 있는 ‘교육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관계자들은 학교측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 “학생을 전학시키는 것은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걱정하면서 “학생은 교사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교사는 이를 받아들이며 학교는 넓은 아량으로 이를 포용하되 학생에게는 교육적 차원의 징벌을 하는 것이 학교와 교사 학생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선생님께 애정을 보내며(To Sir With Love)’나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 Society)’같은 영화를 너나 할 것 없이 부러워하면서도 이같은 사례를 ‘현실’로 만드는 데는 지극히 인색한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