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현대自 이사 금동창씨, 실직뒤 영업사원 변신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운명은 바뀐다. 의지와 노력에 의해 ‘새 길’이 열린다.

현대자동차 지역영업본부 담당이사에서 보험 영업사원으로 변신한 금동창(琴東昌·51·서울 서초구 서초동)씨의 새해는 희망으로 가득하다. 힘들고 가팔랐던 지난 한해를 거치면서 그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배웠기 때문이다.

IMF한파가 시작된 97년 11월초. 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가 어려워 정리를 하는데 당신이 해당된 것 같아….”

그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실업자 대열 속에 서 있었다.

음대를 졸업한 큰 딸(29)과 미국에 유학중인 둘째아들(27), 의대 졸업반인 셋째아들(25), 고3인 막내딸(19). 전업주부인 아내(51)…. 그가 책임져야할 삶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그는 아내와 함께 보험회사를 찾았다. 두달여의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땄다.

2월 서울 종로에 책상두개 짜리 사무공간을 마련하고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문제는 자존심이었다. 낯선 사무실을 찾아가 잡상인 취급받으며 너스레를 떨 자신도 없었다.

그때 부하 직원이었던 자동차 영업소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돕고 싶은데 영업소 직원들을 상대로 보험 설명회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의였다. 용기를 내 옛 부하직원들 앞에 섰다. 그리고 보험영업을 하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살아가고 있는 얘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호응이 뜨거웠다. 대부분 ‘이사님’의 변신을 용기있는 행동으로 평가했고 성의껏 도왔다.

자신이 생긴 그는 아무 빌딩에나 들어가 제일 위층부터 한층씩 내려오며 명함을 돌리는 방법부터 계약 대상자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는 등 뛰고 또 뛰었다.

3월에는 10여건을 계약하는데 그쳤으나 매달 계약고가 늘었다. 수입도 월평균 3백만원대로 올라섰다.

그는 올해부터 기독교 사회봉사단체인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의 일을 새롭게 시작한다.

“이런 일을 시키시려고 하나님이 제게 고통을 주신 것 같아요. 이제는 주위의 어려운 이웃까지 돌아보며 살겁니다.”새해 포부를 말하는 그의 눈에는 ‘희망’이 빛나고 있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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