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風수사]조여오는 수사에 李총재 「머리아픈 세밑」

  • 입력 1998년 12월 24일 19시 2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검찰의 저인망식 세풍수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검찰은 이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를 구속한데 이어 비서진 소환과 대선당시 사조직인 ‘부국팀’에까지 수사의 손길을 뻗고 있다.

여기에다 검찰이 의혹사실을 한꺼번에 공개하지 않고 거의 매일 한건씩 흘리고 있는 것도 이총재 진영의 고민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검찰 수사가 이총재 주변을 옥죄어 오지만 이총재측은 검찰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국세청을 통한 자금모금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부국팀에서 만들었다는 검찰의 주장과 관련, 이총재는 24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석철진(石哲鎭)씨는 홍보관계 일을 맡아서 했을 뿐이며 검찰이 말하는 그런 보고서를 작성하는 파트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총재는 이어 “부국팀은 후원회를 담당했지 정책기획이나 대선기획을 하지 않았다”면서 “검찰은 지금 이해가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총재측은 검찰의 집요한 추적에 당혹해 하면서도 한편으로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서진까지 소환하려는 것은 더이상 ‘큰 건’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총재 측근들의 반응이다. 즉 이총재가 세풍사건에 직접 관련되지 않았다는 게 분명해지자 흠집내기 차원에서 주변사람들을 무차별 소환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원창(李元昌)총재공보특보는 “얕은 물에 그물을 던져봐야 송사리밖에 더 나오느냐”면서 “검찰 수사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도 “융단폭격으로 주변을 초토화시켜 이총재를 고립무원의 상태로 만들겠다는 비열한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총재측은 검찰에 줄을 대 수사진행 상황을 탐문하는 등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검찰이 세풍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내용을 서너건은 더 추가공개할 것 같다는 게 이총재 진영의 판단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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