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씨 체포]野 비주류 『黨과 무관』 냉담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34분


10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동생인 이회성(李會晟)에너지경제연구원고문이 ‘세풍(稅風)’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연행된데 대한 여야 각 정파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주류는 격앙된 분위기 속에 대여강경투쟁의 목소리를 높인 반면 비주류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공동여당은 한나라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반응을 자제했다.

○…한나라당 이총재진영은 검찰의 조치에 당혹감과 분노를 동시에 표시하며 ‘비상상태’에 들어갔다. 이 사건을 회성씨 개인의 일이 아니라 ‘한나라당 파괴’와 ‘이회창 죽이기’의 일환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대책회의와 당인권위원회회의 긴급 총재단회의를 잇따라 열고 당운을 건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고문이 ‘세풍’사건에 연루됐다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증거가 없는데도 예산안이 처리되자마자 갑자기 연행한 것은 사전에 짜놓은 정치적 음모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했다.

구범회(具凡會)부대변인은 별도의 논평에서 “도주의 우려가 없는 이고문을 긴급체포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내 비주류측은 “이 사건은 당과 무관한 일”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한동(李漢東)전부총재의 한 측근은 “‘총풍(銃風)’사건이나 ‘세풍’사건은 당과 관련이 없으며 이총재의 사조직과 측근들의 문제”라며 이총재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측도 “언제까지 개인문제로 당이 여권의 공세에 몰려야 하느냐”며 “이총재가 하루라도 빨리 밝힐 것은 밝혀 이 문제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측은 반응을 삼갔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여당은 “검찰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대체로 한나라당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자제하려는 모습이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기자회견에서 “이고문의 문제는 검찰에서 알아서 할 문제”라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한화갑(韓和甲)총무는 “너무 힘들어서 국내외에 총무 공모라도 해야겠다”며 원내협상을 맡고 있는 당사자로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회의 인사들의 이같은 반응은 정기국회 회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고문의 긴급체포가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특히 한나라당의 반발로 각 상임위에서 심사가 진행중인 법안 및 규제완화 법률의 원활한 처리가 어렵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자민련도 공식반응을 삼갔다. 다만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이 비공식논평을 통해 “걱정했던 의혹들이 현실로 드러나 충격적”이라며 “수사당국은 국세청을 악용해 불법으로 선거자금을 모금한, 국기를 흔드는 이 엄청난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철·윤영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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