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銃風수사]한성기씨 진술 믿을수 있나?

  • 입력 1998년 12월 1일 19시 32분


한성기(韓成基·39·진로그룹 고문·구속중)씨. 그는 이른바 ‘총풍(銃風)’의 ‘방아쇠’다.

그는 총격요청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 총풍의 방향을 좌지우지해왔다. 사그라지던 총풍이 그의 법정 진술로 다시 힘을 얻어 정치권에 파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한씨는 그러나 수차례 말을 바꿨다. 방금 했던 말을 바로 뒤집기도 했다. 그의 변호인인 강신옥(姜信玉)변호사조차 “사나이답지 못하다”며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한씨는 수사 초기 안기부에서 총격요청 사실을 시인하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동생 회성(會晟)씨에게 총격요청 계획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로 송치된 직후에는 두가지를 모두 부인했다. 특히 회성씨에 대한 보고는 안기부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해 고문의혹 파문이 일기도 했다.

검찰수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한씨는 진술을 또 번복했다. 북한군에 무력시위를 요청했다고 혐의내용을 모두 시인한 것.

그러나 그는 지난달 30일 법정에서 “북한군이 무력시위를 한다고 하기에 그 날짜를 알아보려 했을 뿐”이라며 다시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에 “이총재측에 대한 사전 사후보고는 사실”이라며 배후의혹을 다시 부추겼다.

그의 말만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한씨의 ‘입’에 의존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씨의 말은 종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 간부는 “한씨의 진술이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사실과 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는 것만 믿는다”며 “한씨의 말은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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