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공무원-교사 월급도 못줄판…금고 「텅텅」비어

  • 입력 1998년 9월 18일 18시 52분


지방세 수입격감으로 각종 사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어려움에 처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의 재정이 이제는 퇴직금과 수당 등 인건비 지급마저도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월급을 일반회계에서 충당할 수 없게 되자 특별회계 예산을 끌어다 쓰고 있다. 또 일부 교육청은 명예퇴직 교사에게 줄 퇴직금이 모자라 예산을 보조해 줘야 할 일선 학교에서 오히려 돈을 빌려쓰는 실정이다. 일선 공무원이나 교사들은 이같은 소식에 “공무원 월급을 못줄 정도로 재정이 악화될 줄은 몰랐다”며 술렁이는 분위기.

서울 종로구청은 8월 직원월급 줄 돈이 일반회계로는 모자라자 교통특별회계에서 70억원을 빌려다 썼다. 이어 20일 지급해야 할 9월 임금중 교통비 급양비 출장비 등 일부 수당은 현금사정이 풀릴 때까지 지급을 연기하기로 했다.

서울의 일부 구청은 민간기업의 연월차수당에 해당하는 연가보상금을 아예 주지 않기로 했고 시간외수당 지불은 일단 연기한 뒤 예산사정을 봐서 내주기로 했다.

김태호(金兌浩)종로구청 재무과장은 “종합토지세를 거두는 10월이 되면 현금사정이 나아져 연말까지는 그런대로 버틸만 하다”면서 “그러나 세금수입이 별로 없는 내년 1∼3월에는 어떻게 인건비를 지불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은 지방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전남도 등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은 연가보상비 줄 돈이 부족하자 직원들에게 연월차 휴일을 반드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광주시교육청은 11월부터 교원과 행정공무원 9천명에 대한 월급을 일단 70%만 지급하고 나머지 30%는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5월 교직원 급여지불을 위해 농협으로부터 8백52억원을 긴급 차입했다. 또 지난달에는 1천2백명의 명예퇴직 교사들에게 지급할 퇴직금 6백30억원중 4백8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일선학교에서 41억원을 빌렸다.

서울시교육위원회는 5일 각급학교에 공문을 보내 “현금사정이 좋아질 때까지 모든 사업성예산의 집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또 연가보상비 명절휴가비 체력단련비 교통보조비 등 직원들의 수당은 대폭 삭감할 계획이다.

울산 교육청도 올 12월부터는 월급을 전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국시도교육청 예산계장들은 14일 대전에서 비공식 모임을 갖고 교육부에 “지방교육재정 19조7천억원 중 2조3천억원이 삭감된데다 국고지원 양여금도 제때에 받지 못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측은 “사업비 예산을 최대한 줄여 교원의 인건비를 못주는 일이 없도록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병기·홍성철기자·광주〓정승호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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