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司正]DJ「서릿발 호령」에 청와대「적극개입」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45분


국세청을 이용한 불법 대선자금모금,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은 정치적 처리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분위기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 사건을 ‘용서할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정국은 일거에 태풍권으로 진입했다.

김대통령의 발언을 전후해 여권 고위관계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정치적 고려를 일절 배제한 강력한 정치권 사정을 외치고 나선 것은 이를 예고한 ‘경보’였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청와대 주요관계자들이 일제히 전면에 나섰다는 점. 정치권 사정의 주체는 검찰임을 거듭 강조해온 청와대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김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김대통령은 한동안 정치권 사정에 소극적이었다. 정치권 사정의 부작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대통령이 된 이상 ‘구원(舊怨)’은 모두 잊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총체적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국민적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개혁작업이 도처에서 발목이 잡히자 김대통령은 수적 열세로 인해 뭐하나 자신의 의도대로 되는 일이 없는 정치권을 직시했다.

그리고 정치권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고는 다른 분야의 개혁작업도 궁극적인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드러난 ‘세풍’사건은 김대통령이 정치권 사정 의지를 확고하게 굳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김대통령이 분노한 것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이 아니라 징세권을 쥐고 있는 국세청이 선거자금 모금에 개입한 사실이었다.

따라서 청와대는 이번‘세풍’사건을 일반 정치인사정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단순한 선거자금이 아니라 국가기관을 동원한 선거자금모금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검찰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청와대가 적극 개입으로 선회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김중권(金重權) 청와대비서실장과 이범관(李範觀)민정 박주선(朴柱宣)법무비서관 등 이른바 청와대내 여권 신주류의 진언은 김대통령의 심경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세풍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여권신주류의 강력한 정치개혁 드라이브로 보고 있다.

김대통령은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 사건 핵심관련자 중 한사람인 서상목(徐相穆)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임명, 현정권을 아예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한마디 사과도 없이 오히려 현정권을 독재정권으로 몰자 몹시 격노했다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김대통령의 개혁의지는 어느 때보다 단호하고 따라서 사정태풍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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