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김은주/화재현장의 경관아저씨 희생정신에 감동

  • 입력 1998년 8월 11일 19시 22분


지난달 28일 우리 아파트에서는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화재사고가 있었다. 늦은 밤이었다. “불났다. 빨리 나가자”는 다급한 아빠의 외침을 듣고 우리 가족은 서둘러 4층인 우리집 현관문을 열었다. 문을 여는 순간 이미 매캐한 검은 연기가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빠가 나와 엄마에게 빨리 나가라고 외치셨고 내가 먼저 내려가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속을 난간만 더듬으며 간신히 1층까지 내려갔다. 내가 내려온 뒤 엄마도 내려오셨다. 그런데 아빠가 내려오지 않으셨다. 순간 엄마와 난 정신없이 우리 아빠 좀 살려달라고 외쳤다. 소방차는 보이지 않고 경찰관 아저씨가 보였다. 경찰관 아저씨들은 여기저기 무전을 치면서 1층에 있던 소방호스를 찾아 불을 끄기 시작했다. 뒤이어 소방차가 도착했다. 아빠는 소방관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내려오셨다.

아빠를 구하러 갈 용기도 없었던 나는 울부짖기만 했었다. 그런 나를 달래며 맨몸으로 불을 끄던 경찰관 아저씨들, 분명 그들에게도 목숨은 하나뿐인 소중한 것일텐데 위험을 무릅쓰던 아저씨들의 모습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송파2동 파출소에 근무한다는 그 고마운 아저씨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김은주(대학원생·서울 송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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