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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9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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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US여자오픈 골프대회 승전보가 날아든 7일 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은 이렇게 운을 떼면서 전날 서울대총장과 만나서 나눈 얘기를 기자들에게 전했다. 서울대가 2002학년도부터 고교장추천전형을 대폭 확대키로 한 것을 설명하면서 추천기준의 다양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장관은 박세리를 예로 들었다.
“이제는 모든 과목을 골고루 다 잘해야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아요. 박세리를 보세요. 고등학교만 나왔지만 골프 하나로 세계에 우뚝서는 성공을 했지 않습니까.”
확실히 골프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박세리는 다시 한번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 교육은 과학자가 되려는 사람도 역사와 지리를 잘 해야 하고 문인이나 예술가가 되려는 사람도 수학과 과학의 깊고 난해한 부분까지 익혀야 하는게 현실이다.
어려서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는 어린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그의 재능을 닳아 없애고 만다. 그가 잘하는 과목의 시간을 줄여 재미없어 하는 교육에 억지로 할애하는 교육이 능사니까. 또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때문에 뒤늦게 진로를 바꾸는 ‘인생지각생’은 얼마나 많은가.
많이 배우고 익혀서 손해야 없다고 할수 있지만 개개인의 특출난 재능을 망그러뜨리는 교육은 이제 바꾸어야 한다. 바둑으로 세계를 누른 전문기사 이창호(李昌鎬)나 박세리를 교실에 묶어놓고 교과과목을 외우게 했다면 무엇이 남았을 것인가.
잠재력을 살리는 교육, 그리하여 21세기 창의와 지력(知力)으로 경쟁하는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진녕<사회부>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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