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피랍 격투끝 탈출…범인은 「상도동」도운 5명

  • 입력 1998년 6월 15일 19시 53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가 87년 대통령선거때 이래 상도동 진영을 도와온 오순열씨(54·무직) 등 5명에 의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신의 집 부근에서 납치됐으나 15분여만에 탈출했다.

현철씨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경 집 인근에 있는 북한산 승가사길로 등산을 가던 중 구기파출소로부터 2백여m 떨어진 등산로 입구에서 오씨 등 괴한 5명에 의해 납치됐다는 것이다.

현철씨는 경찰에서 “경찰복을 입은 범인 중 한명이 내 승용차를 세워 운전사 연재광씨(44)를 내리게 한 뒤 오씨 등 다른 범인 2명이 차에 올라타 7백m 가량 떨어진 구기터널쪽으로 나를 납치해 갔다”며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범인은 87년 대선 당시 알게 된 오순열씨였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납치된 뒤 오씨 등 범인 2명과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격투를 벌이며 저항하다 차량이 구기터널을 빠져나오면서 잠시 정지하는 틈을 이용해 뒷문을 열고 탈출했다.

현철씨가 탈출하자 범인들은 현철씨 승용차를 서울 은평구 불광동 국립환경보건원 앞에 버리고 도주했다. 경찰은 승용차 뒷좌석에서 범인들이 버리고 간 오씨 명의의 5연발 가스총과 다이너마이트 8개, 소형 녹음기 등을 찾아냈다.

현철씨를 납치한 범인 오씨의 부인 유모씨(인천 거주)는 이날 동아일보기자를 만나 “92년 대선당시 연립주택 한채와 청과물가게를 팔아 마련한 2억원을 대선자금으로 사용했으나 집권 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 평소 남편이 불만을 터뜨려왔다”며 “한달전 남편이 ‘현철씨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한 뒤 집을 나가 소식이 끊겼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오씨가 편지와 전화를 통해 현철씨에게 연락했으나 현철씨가 계속 만나주지 않은 것을 밝혀내고 오씨가 돈을 요구하기 위해 현철씨를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 오씨와 공범4명을 추적하고 있다.

한편 현철씨는 지난해 검찰수사에서 92년 대선을 치르고 남은 잔금 1백20억원 중 대호건설 이성호(李晟豪)전사장에게 50억원, 안기부 김기섭(金己燮)전운영차장을 통해 한솔그룹 조동만(趙東晩)부회장에게 70억원을 맡긴 것으로 밝혀졌다.

현철씨는 이전사장에게 맡긴 50억원은 96년 총선 당시 여론조사비용과 활동비로 모두 사용했다고 주장했으며 조부회장에게 맡긴 70억원은 “국가와 사회에 헌납하겠다”며 소유권 포기각서를 작성했다.

〈이현두·조원표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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