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7호선 임시개통]불안…짜증…한심한「시민의 발」

  • 입력 1998년 5월 12일 06시 29분


약속 시간보다 반나절 늦은 11일 오후5시에야 개통한 서울 지하철 7호선. 그러나 복구작업이 못미더웠던지 승객수는 사고 전의 30%에도 못미쳤다.

그나마 용기를 내 7호선 역을 찾은 사람들도 물이 채 마르지 않아 미끄러운 바닥에 안내방송 없이 불쑥 승강장으로 달려드는 전동차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안해했다.

11일 오후5시 정각이 되자 침수피해가 가장 컸던 태릉입구역으로 안내방송 없이 전동차가 ‘빵’하며 미끄러져 들어왔다.

대학생인 김현민(金賢珉·19·서울 강동구 상일동)양은 “갑자기 전동차가 들어와 몹시 놀랐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확성기를 통해서라도 전동차가 들어오는 것은 안내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침수된 11개역 승강장 바닥은 천장에서 떨어진 물로 흥건히 고여있어 승객들은 열차를 타고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노원역에서 열차에 오른 김상기(金相起·65·노원구 상계동)씨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어 개통하자마자 열차를 타기는 했지만 복구가 덜된 모습을 보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5분에서 15분으로 늘어난 배차간격도 짜증스럽기는 마찬가지.

중계역에서 건대입구역행 지하철을 기다리던 여고생 정가희(鄭嘉姬·17·노원구 공릉동)양은 “중간고사 기간인데 지하철이 늦게와 몹시 불편하다”며 “셔틀버스는 정류장에서 서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일주일 남짓 퇴근길 전쟁에 시달렸던 일부 시민들은 불편하고 불안한 지하철이나마 다시 탈 수 있게 된 것을 반기는 표정이었다.

오후6시경 공릉역에서 7호선에 오른 정은선(鄭恩善·19·강동구 성내동)양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동안 학교가 있는 노원구 공릉동에서 집까지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느라 1시간 반이나 걸렸다”며 “이제 배차시간에 맞게 나오면 30분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윤두영(尹斗榮)사장은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영·하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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