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공작 파문]권영해씨는 어떻게 지휘했을까?

  • 입력 1998년 3월 19일 20시 09분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은 안기부 특수공작원인 흑금성 박채서(朴采緖)씨의 야당침투와 야당의 대북접촉유도 등 북풍공작에 어느 정도 개입했을까.

흑금성 박씨와의 특수관계와 구속된 이대성(李大成)전안기부해외조사실장이 국민회의 정대철(鄭大哲)부총재에게 전달한 안기부의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문건에 비춰볼 때 권전부장이 흑금성 박씨의 북풍공작의 배후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권전부장은 이대성전실장에게서 문제의 ‘해외공작원 정보보고’문건을 받아 보관하고 있어 공작에 어떤 형태로든 연루됐을 것이란 추론도 가능하다.

권전부장이 배후의혹을 받을 만한 대목은 우선 박씨가 지난해 8월19일부터 30일까지 합법적으로 방북, 북한의 김정일(金正日)을 극비리에 면담한 부분이다.

면담보고서에는 김정일의 외형상 특이점과 대선후보 관련 발언 등이 실려 있어 남북관계관련 극비정보로 분류될 만한 것이다. 따라서 권전부장이 이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이 보고서의 배포선은 권전부장을 뜻하는 ‘0―0’과 이병기(李丙琪)전안기부2차장을 지칭하는 ‘2―0’으로 돼있다.

그런데 박씨의 다른 보고서에는 배포선이 ‘2―0’이 제외된채 ‘0―0’으로만 돼 있는 점은 눈길을 끈다. 특히 박씨가 국민회의쪽에 침투해 J의원 등을 만난 공작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대부분 배포선이 ‘0―0’으로만 돼 있다. 국내공작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2차장을 빼고 부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정보보고 문건에 박씨의 야당 후보진영 침투공작 사실이 계속 보고되고 새로운 지시내용이 곧바로 내려간 것으로 돼 있는 점도 권전부장의 배후의혹을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권전부장과 박씨의 특수관계를 밝혀내는 것도 권전부장의 배후의혹을 규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군대에서 박씨와 인연을 맺은 권전부장이 94년 안기부장에 취임하면서 군시절 대북정보분야에서 일했던 박씨를 불러 대북공작업무를 맡도록 했다고 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권전부장은 박씨를 안기부의 공식창구가 아닌 별도의 대북(對北)비선라인으로 활용하면서 특수밀명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안기부 고위관계자는 “권전부장이 박씨의 북풍비밀공작 배후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권전부장과 흑금성의 특수관계, 문제가 돼 있는 정보보고문건의 진위가 우선적으로 가려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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