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실직자들, 창업에 승부…상담창구 40대 북적

  • 입력 1998년 2월 11일 19시 51분


“장사의 ‘장’자도 모르는 제가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얼마 안남은 퇴직금마저 털어먹으면 저희 가족은 길거리로 나앉아야 합니다. 100% 안전한 업종은 어디 없나요.” 창업상담 창구를 찾은 가장들의 심정은 벼랑 끝에 몰린듯 절박하기만 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창업상담 창구에 중년 남성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지난달 무료 창업상담을 실시한 미래유통정보연구소가 상담자 1백79명을 분석한 결과에도 이런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무엇보다 남성 상담자의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상담자 중 남성은 67%를 차지, 여성(33%)의 두배나 됐다. 작년 4월 조사 때 남성(48.7%)보다 여성(51.3%)이 더 많았는데 역전된 것. 김찬경(金贊經)소장은 “과거에는 주부들이 주로 상담하러 왔으나 요즘엔 넥타이 차림이 많다”면서 “맞벌이나 부업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보다는 가족의 운명이 달린 ‘생계형’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창업 사유에 대해 회사부도와 폐업, 명예(정년)퇴직 때문이라는 사람이 전체의 48.6%나 됐다. ‘부업 삼아서’라는 여유있는 대답은 18%에 불과했다. 고학력 소지자의 비율도 껑충 뛰었다. 대졸 이상 학력이 작년 31.5%에서 올해는 무려 64.2%로 늘어났다. 특히 남성의 70%가 대졸 이상으로 여성(50.8%)보다 훨씬 많았다. 40대의 비율은 작년 36.1%에서 41.3%로 높아져 이들이 감원한파의 집중 타깃이 됐음을 반영한다. 자금사정까지 작년보다 빠듯해졌다. 상담자들의 예상 창업비용 평균은 6천80만원. 작년의 6천8백만원보다 7백만원정도 줄었다. 창업 희망업종을 들여다보면 제조업 기피가 뚜렷하다. 외식업 판매업 서비스업은 작년에 비해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작년(14.1%)의 절반 수준인 7.8%로 떨어졌다. 제조업체의 잇단 부도사태 등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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