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사태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으나 구인과 구직을 연결해주는 노동시장 정보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재취업이 좀처럼 쉽지않다.
이때문에 한쪽에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노동력을 허비하는 실업자가 늘어가는 반면 다른 한쪽에선 마땅한 노동력이 없어 생산설비를 놀리는 기업이 늘어 노동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고용정보기관은 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직업안정사무소와 인력은행,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취업알선기관 등 정부기관만 2백30여개에 이르지만 11월 한달간 구인 1만8천건, 구직 2만5천건이 접수돼 이중 3천여명만 재취업된 것이 고작이다.
이는 기관당 하루평균 구인 구직 2∼4건이 접수돼 0.5명에게 일자리를 찾아준 셈으로 서울에서만 하루 45개 업체가 부도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혀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달 전기부품업체인 K실업을 그만 둔 김모씨(37)는 『어렵게 수소문해 취업알선기관 몇군데를 찾아가 봤지만 구직자 명단에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내 경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체를 소개받지 못했다』며 『지금은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해놓고 연락을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주 트럭운전사 1명을 모집하는 서울의 한 운수회사에 5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막상 쓸만한 인력은 한 명도 없어 채용을 하지못한 경우도 구인구직 연결체계의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 실직자의 상당수가 사무직 출신인데 비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은 대부분 기능직이기 때문에 전직훈련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한데 이를 위한 재취업훈련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희대 산업공학과 김상국(金相國)교수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기업이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고를 쉽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직자가 재취업기회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도 포함한다』면서 제대로 갖춰진 구인구직 연결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종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