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97대선 유례없이 깨끗』…관권-금권개입 사라져

  • 입력 1997년 12월 19일 20시 23분


치열한 선거운동이 모두 끝나고 21세기 새로운 지도자를 선택하는 투개표가 실시된 18일 검찰의 선거전담 수사반 소속 검사들은 『선거운동의 명예혁명이 일어났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수사반의 한 검사는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이르러 흑색선전과 폭로전으로 다소 얼룩지기는 했지만 사상 유례없이 깨끗하고 공정했다』고 평가했다. 선거운동의 혁명은 검찰의 선거사범 단속 실적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검찰은 선거일인 18일 현재 1백46건 2백31명(구속 18명)의 선거관련 사범을 입건, 6명을 기소하고 2백25명을 수사중이다. 이는 92년 14대 대선 당시 입건된 선거사범 1천1백92건 1천8백78명(구속 1백37명)의 12.3% 수준에 불과한 것. 검찰이 꼽는 가장 큰 변화는 금권선거와 관권선거가 사라졌다는 것. 대검의 한 검사는 『92년 대선 때는 서울의 전세버스가 동이 나고 시골에서는 동네 강아지도 1만원짜리 현찰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금전 살포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규모 옥외유세가 금지된데다 TV 등을 활용한 미디어선거와 유권자의 의식향상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 검사는 『일부 선거운동원들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돈을 뿌리려고 했지만 유권자들의 신고로 바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관권선거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중견검사는 『솔직히 말해 92년 선거 때는 일선 수사기관이 여당의 집권에 장애가 되는 야당 선거운동원들을 굴비엮듯이 줄줄이 잡아들였지만 이번에는 고소고발 사건 이외에 자체 인지수사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이번 선거에서는 여당과 야당의 구별이 거의 없어진데다 선두 후보들이 워낙 접전을 벌여 특정후보를 밀고 싶어도 밀 수가 없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조직적인 관권개입이 없어진 대신 개인적인 줄서기는 눈에 많이 띄었다. 지연 학연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수집 전달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또 「엄정중립」을 가장한 몸사리기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도모했다는 비판도 없지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번 선거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공정했다고 결론지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21세기를 준비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선거수사반의 간판을 내리지 않고 흑색선전과 저질 폭로사범들을 계속 수사, 선거운동의 혁명을 완수할 방침이다. 〈이수형·조원표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