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인 두 딸은 서울로 치면 옛날 경기여고에 해당하는 영국의 명문 사립 티핀여고에 다닌다.
여고에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 부부지만 아이들도 쓸데없는데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며 여학교를 좋아한다.
이곳에서는 학교가 아니라도 마을 학생클럽에서 활동하며 남자친구와 사귈 기회가 많으므로 남녀교제를 위해서라면 굳이 남녀공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현재 졸업반으로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큰딸 세은이가 지난해에는 내게 불쑥 엉뚱한 제안을 했다.
『아빠 제가 사업하는데 투자하시겠어요. 원금은 물론 이익금도 배당해 드릴게요』
용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사업을 하는데 투자를 하라니….
딸아이는 졸업 전에 뭔가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 궁리끝에 친구들과 작은 사업을 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업무분담을 하고 사업 아이템도 잡았기 때문에 자본을 확보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었다.
평소 착실한 아이니까 무슨 사고는 치지 않겠지 하면서 50파운드를 내주었다. 아이가 귀여워 용돈 주는 기분으로 준 것이지 이익금은커녕 원금도 되돌려받을 생각이 없었다.
딸아이는 처음엔 판매담당 디렉터를 맡더니 나중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사업관련 회의다, 프레젠테이션이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더니 1년 뒤인 올봄에는 그 결실을 보아 나는 원금 50파운드를 되돌려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익금 35파운드도 배당받았다.
이곳에서 사업하며 잃어도 보고 벌어도 봤지만 이렇게 기분좋은 돈벌이는 처음이었다.
정완진씨 (英 15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