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남에게 줘도 내 재산은 찾아야 한다』
정태수(鄭泰守)한보그룹 총회장과 3남 보근(譜根)씨 등 정씨 일가가 법정관리중인 ㈜한보철강을 상대로 재산찾기에 나섰다.
정씨 일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달간 진행된 한보철강 정리채권신고기간에 서울지법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회사측은 회사운영에 들어간 우리돈 14조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조원은 채권자들의 전체 신고액수인 30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 또 한보철강 실사자산인 4조9천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정씨측의 변호인은 『일가의 부동산과 사채 등 대부분의 개인재산이 회사경영에 쓰였다』며 『재산이 은행 등에 넘어가더라도 회사는 정씨측에 이를 다시 갚을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14조원」이라는 정씨측의 신고액수에 대해 『상당부분이 중복계산된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보철강 관계자는 『정리채권신고의 경우 통상 신고액의 30% 정도가 순수한 채권』이라며 『정씨측 신고내용을 정밀조사중이나 14조원의 30%인 4조2천억원도 정씨 일가의 재산규모로 볼 때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고 말했다.
정씨측도 『근거가 있는 모든 채권을 일단 신고했기 때문에 중복되는 부분도 많다』며 『채권의 인정여부는 다음달 15일 있을 관계인 집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이를 시인했다.
관계인 집회는 법정관리인 등 회사측과 채권자들이 만나 신고된 채권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절차.
따라서 정씨측이 실제보다 부풀려 신고한 부분과 증거서류 등 근거가 없는 부분은 이 집회에서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정씨측은 인정되지 않는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할수 있다.
그러나 일부나마 채권이 인정되더라도 정씨 일가의 재산찾기는 그다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부도난 회사의 사주 등 특수관계인의 채권은 상환순위를 가장 늦게 정하거나 회사측 책임을 전부 면제해주는 등 「특별조치」를 취할수 있기때문이다.
재판부 관계자는 『부도기업의 사주는 채권신고와 함께 포기각서를 작성하는 것이 보통이나 정씨 같은 경우에는 특별조치가 있기 때문에 일반 채권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신고에서 계열사인 ㈜한보는 4조원의 채권을 신고했으며 검찰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정총회장에게 빌려준 6백억원과 이자 등 모두 7백87억원을 신고했다.
〈이명재·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