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97학년도 자연계 논술고사 우수답안]

  • 입력 1997년 9월 24일 19시 42분


▼우수답안-유행의 부정적 영향 ▼ 인간의 역사는 노동을 통해 재화와 용역의 생산량을 증가시키면서 발전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기술에 힘입어 생산량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에 따라 상품은 소비자에게 팔리기 위해 심리적인 외형을 갖게 되었고, 이는 주기적으로 변동한다. 이렇게 형성된 유행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요의 창출, 소비자에게는 심리적 만족감을 가져왔다. 그러나 유행은 위와 같은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유행은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다방면에 긍정적 영향보다 더 많은 악영향을 가져왔다. 따라서 유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가 필요한 실정이다. 유행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유행은 가치관이 반영되지 않은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유행은 필요 이상의 과다한 수요를 창출하게 되고, 이것은 다시 사치와 과소비를 야기한다. 또한 유행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엄청난 비용과 유행이 지난 재고품의 처리와 같은 자원의 비효율적 사용을 야기한다. 소비자의 주체적이고 경제적인 소비 의식이 형성되지 않은 사회에서 유행은 그 사회의 경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다음으로 유행이 심미적인 것을 추구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문제가 있다. 유행은 시장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즉 팔리기 위해 심미적인 외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상품의 교환 가치를 사용 가치보다 우선시하는 사회적 경향을 가져온다. 이런 경향은 인간의 노동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어 인간이 자신을 팔기 위해 내면적 가치보다 외형적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인간의 상품화 현상을 야기한다. 그리고 인간의 상품화 현상은 인간 소외를 야기한다. 이와 같이 교환 가치를 중요시하는 유행은 인간 소외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유행은 문화적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요즘 X세대 신세대라는 용어는 보편화되어 있다. 이 X세대 신세대는 70,80년대의 물질적 풍요와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란 이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그런데 모회사 화장품 광고는 X세대 신세대란 용어를 TV에 등장시켜 이들의 문화행태를 가시화시켰다. 그러나 이 용어의 등장 배경이 상업화된 자본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용어가 지닌 본래적 의미를 상실하고, 개성을 위해 소비만을 부추기는 문화 행태를 유행시켰다. 이같은 유행은 급속도로 번져나가 우리 사회에 왜곡된 의미의 신세대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와 같이 유행은 문화의 본질 자체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 유행은 인간의 필요를 넘어서 욕망을 부추기는 형태의 문화 양상이다. 요즘 경제성장률의 저하, 경상수지 적자, 과소비 만연 등의 사회적 병폐를 야기한 주원인 중 하나가 유행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개성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유행을 따른다는 것은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참된 유행의 본질은 사회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어야 하며 생산을 재창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 우수답안-유행의 긍정적 영향 ▼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인간이 행하는 모든 행위는 각 분야 나름대로의 성격에 알맞게 변증법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변화의 일관된 흐름을 유행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인간이 사회에 속해 있는 한 유행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유행에 의하여 야기되는 변화가 과연 인간 생활 각 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유행이 사회 각 분야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논술하겠다. 우리나라는 유교 문화권 국가이다. 어려서부터 자기 자신의 개성보다는 남의 시선과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에 맞추어 생활해 왔다. 그리하여 자신이 자신과 비슷한 대중속에 위치하고 있을 때라야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우리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볼 때 유행이야말로 대중사회에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서양의 경우에는 남보다는 자신을 중요시하여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개인적 유행이 흔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유행을 따르더라도 대중의 일반적 흐름과 일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대중적 유행」이 흔한 현상임을 볼 수 있다. 이렇듯 한국 사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유행은, 변화는 추구하되 유별나지 않고 싶은 대중의 심리를 충족시켜주는 사회적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사회는 「선성장 후분배」정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단기간에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에 다다른 시점에서 이제는 생산 못지않게 소비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가 상품에 적응해야 하는 경제가 아닌, 상품이 소비자의 기호에 적응하고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경제체제가 성립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기업은 수많은 소비자의 요구를 골고루 수렴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행은 기업의 생산지표로 활용된다. 가령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에서 XT부터 펜티엄까지를 모두 생산해 적자를 보고 있다면 이 회사에서는 소비자들의 유행 구매 모델을 선택해 이 제품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유행의 영향을 받는 시장 경제체제하에서는 비슷한 유행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이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이득이 된다. 이렇듯 유행은 시장 경제 체제하에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한다. 60년대부터 문민정부 직전까지 실시되었던 군사독재로 우리 문화는 획일적 가치를 추구해 왔다. 힘과 권위에 억눌려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기본적 자세마저 무감각해진 현실에서 유행은 좀더 자유로운 문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대중의 감성을 재생시킨다. 그래서 한때는 표현하지 못하고 억눌렸던 문화의 자유를 대중에게 되돌릴 수 있는 실마리를 유행은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무시되었던 노동자들의 권리, 장발 미니스커트 등 표현의 자유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은 사회 변화의 특정한 흐름이며 그 영향은 사회 경제 문화 등 인간의 활동영역에 큰 영향을 끼친다. 물론 이런 변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변화는 변증법적으로 발전하게 마련이다. 정(正)에서 시작된 변화를 얼마나 반(反)을 줄이고 합(合)으로 발전시키느냐에 우리는 관심을 두어야지 그 변화 자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작업의 몫은 우리 모두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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