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법정의 「한총련」자아비판

  • 입력 1997년 9월 19일 20시 11분


19일 오전 서울지법 311호 법정. 유지웅(柳志雄)상경과 이석(李石)씨 등 2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5월 한양대 한총련 폭력시위와 관련, 국가보안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한총련 지도부 학생들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맨 먼저 피고인석에 선 한총련 중앙위원 이모씨(24·서울 J대 총학생회장)는 폭력시위 사실을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했던 학생운동권 출신의 다른 피고인과는 달리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솔직하게 시인했다. 이씨의 진술태도로 이날 공판은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사건과는 달리 사뭇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이씨가 재판부의 허락을 얻어 미리 준비한 최후진술서를 낭독하기 시작하자 법정 분위기는 다소 엄숙해지기까지 했다. 이씨가 자신이 속한 한총련 지도부의 폭력성과 독재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선배들의 피어린 학생운동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이 나라의 민주화는 불가능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대통령의 아들까지 법의 심판을 받게된 이 시대의 학생운동은 과감한 변신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씨는 『96년 연세대사태에서 한총련 지도부는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들을 전과자로 만들고도 또다시 같은 우(愚)를 범했다』며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과격 폭력노선은 일본의 적군파와 같은 비극적인 최후만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지도부를 성토했다. 이씨의 솔직한 법정 「자아비판」에 방청온 학생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검찰도 변호인도 재판부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검찰은 이날 논고를 생략하고 이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씨의 생각이 이씨 개인만의 반성이 아니기를 바란다』며 『학업에 전념해야 할 대학생들이 폭력시위로 재판받는 일이 더이상 없어야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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