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情으로 이룬 「한총련 탈퇴」…대학투표 「탈퇴」이끌어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총학생회장의 아버지가 아들의 동료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총련탈퇴운동을 펴 이를 실현시키고 구속된 아들도 석방시키는 결실을 맺었다. 서울지검 공안2부(신건수·申健洙 부장검사)는 12일 한총련 5기 출범식과 관련, 폭력사태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했던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정기철(鄭基喆·22·정외과4)씨의 구속을 취소, 석방했다. 검찰이 정씨를 석방한 것은 성대 총학생회가 한총련 탈퇴를 공식 결정한데 따른 것. 성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결정 뒤에는 정씨의 아버지 정춘섭(鄭春燮·50·회사원)씨의 눈물겨운 부정(父情)이 있었다. 정씨는 지난 8일 총학생회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총련 탈퇴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학교로 달려갔다. 학교에는 총학생회 명의로 된 『한총련 사수하자』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반면 학생들은 투표에 극도로 무관심, 투표율 저조로 한총련탈퇴가 자동적으로 부결될 분위기였다. 정씨는 매일 회사대신 학교로 나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투표참가를 설득했다. 또 「학생들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직접 써 게시판 곳곳에 붙였다. 정씨의 열성에 감복한 학생들이 하나둘씩 투표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지난 10일 「51% 투표에 64% 찬성」으로 한총련 탈퇴가 결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많은 학생들과 검찰을 감동시켰다』며 『정씨 가족이 어느해보다 뜻깊은 추석을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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