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박장 현지취재]뒷돈 대주는 교민들…사채업자로 활동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40분


연예인 L씨는 3년전 휴식을 위해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여행했다. L씨는 여느 한국인 관광객들처럼 자연스레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카지노에서 하루 이틀 사흘 도박을 하다보니 어느새 돈이 다 떨어졌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도 이미 한도액까지 다 받아 쓰게 됐다. 본전 생각이 난 L씨는 로스앤젤레스 한인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빈털터리가 된 L씨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아직 물품구매 한도가 남아있는 신용카드로 선물가게에서 물건을 산 것처럼 전표를 작성한 뒤 현찰을 받은 것. 가게주인에게는 수수료로 물건값의 20%를 지불했다. 그는 결국 한국인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돈을 마련하는 전형적인 방법을 두루 거친 셈이다. L씨의 경우에서 보듯 한국인들은 돈 한 푼 없이 라스베이거스에 가더라도 얼마든지 도박 밑천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일단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으면 「갈 때까지 간다」는 식으로 덤비는 한국인의 심리를 이용, 돈을 버는 일부 한인교포들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카지노들이 한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것처럼 같은 민족인 이들 눈에도 역시 한국인은 「봉」으로 보이는 것.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며 사채놀이를 하는 한인은 10여명에 이른다. 버젓이 신문광고를 내면서 영업하는 업자도 상당수. 라스베이거스에서 딜러로 일했던 김모씨(35)는 『사채업자들은 「먹이를 노리는 사냥꾼」처럼 카지노 안을 돌아다니며 밑천을 다 날린 한국인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주무르는 돈의 규모도 상당히 큰 편. 유학생 이모씨(30)는 『얼마전 한국에서 온 친지가 1백만원권 한국수표를 여러장 내놓으면서 달러로 바꿔달라고 부탁했는데 결국 환전에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채업자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1천만원권 이하는 취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호텔에 고용된 한국인 매니저들도 이 점에 관해서만은 「동포」가 아니다. 이번에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최로라씨의 경우가 대표적. 이들은 주로 「큰손」들을 상대하면서 손님이 갖고간 한국수표를 달러로 바꿔주거나 신용대출을 해준다. 이 과정에서 비싼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에게 기생해 한국수표를 싼 값에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한국인도 있다. 이처럼 카지노 주변에서 큰 자금이 오가면서 채무를 둘러싸고 한국인끼리 불상사가 빚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빚을 갚지 못해 숨어사는 사람, 빚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빠지는 업자, 친구나 친지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가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경우 등…. 로스앤젤레스 교민 박모씨(42)는 『도박으로 인한 한국인의 패가망신을 일부 교민이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탄했다. 〈라스베이거스〓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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