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캐트바섬 생태조사]할롱문화 유적지 새로 발견

  • 입력 1997년 8월 11일 08시 10분


베트남의 우기(雨期). 무던히도 비가 내리던 지난달 27일 오후, 해변 모래무덤을 주시하며 차를 달리던 全京秀(전경수·서울대 인류학)교수와 부테롱박사(베트남 고고학연구소) 일행이 캐트바섬의 아우코이 마을을 지날 무렵이었다. 조각그릇들로 빼곡이 메워진 토사면(土斜面)이 눈에 들어왔다. 캐트바항(港)으로부터 서북쪽 25㎞지점. 3천5백년 전 할롱(下龍)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흔적지. 즐문(櫛文)토기 조각과 갖가지 마제석기, 돌고래뼈와 숫돌 등이 발견됐다. 후기 신석기의 생활상을 드러내주는 15㏊에 걸친 지역.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산. 여태껏 캐트바에서 보고된 라이베오와 바이벤 등 2개 신석기 유적지를 능가하는 최대규모다. 『섬의 동부 석회암동굴 등지에서 구석기시대의 유적이 발견되는데 비해 섬의 서부 해안에서는 이같은 신석기시대의 흔적이 나타납니다. 이곳 인류의 이동 경로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새로운 거대유적지를 발견한 전교수팀은 선대 인류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눈으로 훑었다. 패각(貝角)에서 나오는 석회질이 부식을 저지하기 때문인지 보존상태가 양호한 인골이 추가로 발견됐다. 때로 유적지는 그 진정한 가치가 인식되기까지는 쓰레기나 다름없는 「알라딘의 램프」다. 후기 신석기시대의 귀중한 문화재도 무심한 현지민들의 눈에는 깨진 그릇조각이 「지겹도록 많이」 박힌 구릉지나 다름 없는 것. 『모래를 얻기 위해 예전부터 이 지역을 파왔다』며 자랑하는 한 원주민은 전교수 일행을 한층 안타깝게 했다. 이에 대해 전교수는 『하루 빨리 이 지역을 문화재로 지정, 할롱문화에 대한 연구대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아울러 이곳 주민들이 문화재를 훼손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들의 생계를 보장할 대체 수단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교수와 부테롱박사는 이번 할롱문화 유적지 발굴을 조만간 공동논문으로 발표할 계획.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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