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국을 여행하게 되었다. 일정 마지막날에 일행은 태국의 왕궁과 사원을 관광하게 됐는데 그곳에서는 짧은 옷을 입은 관광객들은 입장을 못하게 했다. 자신들의 왕이 살던 곳에 감히 어떻게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옷을 입고 들어가냐는 게 이유였다.
더운 지방이라 관광객들 대부분이 간편한 반바지 차림이었기에 입구에서 1달러씩 주고 긴 옷을 빌려입고 들어갔다. 서양인들도 치마나 몸뻬 같은 것을 입었는데 그 모습이 우습기보다는 경건함을 느끼게 했다. 우리일행 중 한 친구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해 긴 옷을 빌려입었다. 또 왕궁에 대한 안내는 외국인이 할 수 없게 규정해 놓고 있어 우리는 입구에서 한국인 가이드와 헤어지고 현지인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다. 자기네 역사를 이국인이 설명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게 태국정부의 방침이란다.
돈을 받고 옷을 빌려주는 태국인들의 이러한 규정을 보면 관광수입을 올리려는 상술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덕수궁이나 경복궁 등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한복을 입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 어떨까. 아니면 적어도 짧은 반바지나 미니스커트를 입은 입장은 자제토록 하여 예를 표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윤정(강원 홍천군 홍천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