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김기섭-이성호,끝내 등돌린 「3총사」

  • 입력 1997년 7월 9일 08시 51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와 金己燮(김기섭)전안기부운영차장, 그리고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사장. 현철씨 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결정적으로 불리한 진술을 함으로써 등을 돌린 이들은 현철씨가 「젊은 부통령」으로 행세할 당시 부부동반으로 함께 해외여행을 다니고 상대방 부인의 옷차림까지 신경써줄 정도로 가까운 「3총사」였다. 이들 3인의 만남은 지난 90년 무렵 시작됐다. 현철씨는 부친인 당시 민자당 金泳三(김영삼)대표의 핵심참모 역할을 하고 있었고 김전차장은 신라호텔 상무로 있다가 김대표의 민정특보로 들어갔다. 이무렵 이씨는 미국유학 시절 알게 된 신모씨의 소개로 현철씨와 사귀게 되었고 김전차장과는 신라호텔 헬스클럽 회원이던 부친 李鍵(이건)회장의 소개로 만났다. 이들은 92년 대선 전에는 선거운동을 겸해 한달에 서너차례 이상 함께 어울렸다. 이씨는 검찰 수사에서 『현철형도 동생이 없고 나도 형이 없어 서로 형 동생하며 지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대통령 취임 직후인 93년 3월 힐튼호텔에서 열린 불우이웃돕기 음악회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했다. 이씨는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전차장 부인의 모습을 보고 김전차장에게 『사모님 옷이나 사드리라』며 나중에 문제가 된 5천만원을 주었다고 진술했다. 현철씨 부부는 같은 해 7월 이씨 부부와 김대통령의 거제도 생가로 여행을 간 일도 있다. 당시 이씨는 여행중 부친에게서 『검찰이 대호건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는 급한 전화를 받고 옆에 있던 현철씨에게 『우리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현철씨와 이씨는 이후에도 세차례나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말했다. 현철씨와 이씨는 이처럼 가깝게 지내다 드디어 「사업」도 같이 하기 시작했다. 현철씨가 92년 대선자금 잔여금 50억원의 실명전환을 이씨에게 부탁한 것. 현철씨는 또 93년 10월 이 돈을 맡기고 이씨와 함께 사우나를 하면서 『내가 사무실도 운영하고 활동도 해야 하는데 매달 3천만원씩 지원해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이씨는 한술 더 떠 『매달 5천만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화답했다. 이씨는 95년11월 전직 대통령 비자금사건이 터진 직후 현철씨가 자신에게 맡긴 50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5억원씩 다섯차례에 걸쳐 여행용 이민가방에 넣어 김전차장에게 전달했다. 한편 김전차장은 95년초 현철씨가 이씨와 밀착돼 있다는 정보보고를 받고 이씨를 불러 자제하라고 주의를 준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만남은 그러나 이씨가 함께 여행다니며 탄 비행기 좌석번호까지 적어내는 등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결국 「잘못된 만남」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수형·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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