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구내 李鍾權(이종권·25)씨 변사사건이 「제2의 李石(이석)씨 사건」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의 수사결과 이씨가 집단폭행 당한 끝에 숨진 지난달 26일 오후 8시반경부터 이튿날 오전 3시반까지 7시간동안 전남대 제1학생회관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현장에 있었던 구모양(19·용봉문학회장)과 구광식씨(25·전남대총학생회섭외부장) 등을 검거, 조사한 내용과 지난 13일의 전남대총학생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내고 있다.
그동안 경찰 조사에 따르면 숨진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남대 용봉문학회 회장 구양과 함께 전남대 후문에서 벌어진 「남총련 반미투쟁선포식」 시위를 보러 나갔다. 이어 이씨는 구양과 함께 이날 오후 8시반경 제1학생회관으로 돌아와 남총련 간부 이승철씨(24·수배중)에게 넘겨졌다.
구양은 전날 동아리선배 이씨에게 『그사람(이종권씨)이 경찰의 프락치같다』고 전했으며 이씨로부터 『그사람을 조용히 데려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씨는 선배 이씨에게 넘겨진 직후 마스크를 쓴 수명의 청년들에 의해 강제로 문제의 동아리방으로 끌려 들어갔다.
일명 「남총련방」으로 불리는 5평 크기의 어두컴컴한 이 방은 학생회관 2층 구석에 위치, 운동권 간부들만 드나드는 곳이다. 지난 9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일성 분향소」도 이곳에 차려졌었다.
이씨는 학생들의 매서운 추궁에 『저는 잘못이 없어요』라며 수차례 항변하다 마침내 시작된 집단폭행을 못이겨 비명을 질렀으나 말려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오후 9시반경 「조사를 맡은」 이승철씨 등 남총련 간부들은 이씨의 신원확인을 위해 전남 장성에 사는 이씨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의 신분 등에 대해 물었다.
이씨는 신분을 속인 채 전남대 동아리인 용봉문학회에 가입한 경위와 활동내용, 프락치여부에 대해 남총련 간부들로부터 폭행과 함께 호된 추궁을 받았다. 이를 견디지 못한 이씨가 위급한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은 지난달 27일 오전 3시경.
이때 수배중인 全炳模(전병모·24·남총련기획국장)씨가 총학생회 사무실로 황급히 뛰어가 구급약을 구해 왔으나 이씨를 소생시킬 수는 없었다.
전씨는 이어 숨진 이씨의 옷을 바꿔 입히고 사건현장을 수습한 뒤 지난달 27일 오전 3시44분 119에 전화를 걸어 전남대 구내 잔디밭에 환자가 있다며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11시경에는 남총련 간부들과 전남대총학생회 간부들을 소집, 치사사건 축소 및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를 가지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이씨의 죽음과 우리는 무관하다」는 내용의 말맞추기를 논의한 뒤 모두 전남대 구내를 빠져나갔다.
〈광주〓정승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