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10돌]「民草」들의 항쟁 동참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한편의 드라마는 주연배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6월항쟁이란 거대한 역사드라마도 조연과 엑스트라를 마다하지 않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로 빛나는 대작(大作)이 될 수 있었다. 서울 명동에서 25년째 잡화상을 하고 있는 卓必点(탁필점·63·여)씨가 그런 사람의 하나. 탁씨는 경찰에 쫓기는 시위학생을 보면 이웃상가의 문을 두드려 숨겨주고 옷을 갈아입혀 다시 거리로 내보낸 「시위대의 어머니」였다. 일을 마치고 귀가할 때는 밤늦도록 시위하는 학생들을 위해 가게앞 물통에 물을 가득 담아놓곤 했다. 『명동이 어디요. 민주화 성지 아니요. 여기가 내 평생의 삶터라는게 나는 자랑스럽소』 6월항쟁 10주년을 맞은 탁씨의 감회는 그랬다. 명동성당과 담하나 사이인 계성여고 학생들은 점심도시락을 걷어 성당에서 농성하는 언니 오빠들에게 전달했고 인근 아주머니들은 시위대를 위해 주먹밥을 날랐다. 87년 1월10일 서울대 교정에서 열린 朴鍾哲(박종철)군 추모제에서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 수 없다」는 제목의 자작 추모시를 낭송해 만인의 눈시울을 적신 박군의 대학선배 張智喜(장지희·33)씨. 이제는 두남매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지만 장씨에게 6월항쟁은 평생 그의 정신을 지키는 버팀목이다. 잡혀가는 학생을 구하기 위해 전경과 몸싸움을 벌인 아저씨 아주머니, 도심을 차량경적소리로 가득 채운 택시기사, 생계수단인 김밥을 그냥 건네준 할머니…. 이들 모두가 사실은 6월항쟁의 「진짜 주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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