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과외교사의 고백]億臺강사 수두룩…세금 속여

  • 입력 1997년 6월 6일 20시 17분


『제 노동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죄의식이 항상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세금을 제대로 낸 적도 없고…. 앞으로 세월이 흐른 뒤 자식들 앞에서 과거 학원강사였다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힐 수 있을지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6일 기자와 만난 김모씨(36·학원강사)는 『학원비리는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것 이상』이라며 『이번 수사가 그동안 「음지」에서만 맴돌았던 학원이 건전한 사교육장으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문 S대 사범대 81학번인 그는 운동권출신으로 현재 서울시내에서 손꼽히는 논술강사. 뒤늦게 대학을 졸업한 뒤 노동운동을 계속하던 그가 학원계에 뛰어든 것은 집안에서 진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91년 지방에서 학원강사를 처음 시작한 그는 94년경 서울 강남의 K학원에서 맡았던 강의가 명강의로 소문나면서 학원운영자들이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스카우트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수강생이 늘면서 강사료도 크게 올라 지난해의 경우 일반인들의 비난을 들을 만큼 많이 벌었다』면서 『개인교습 제의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는데 그래도 강남지역 학부모들의 유혹이 끊이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지난해 4월까지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이유는 세무서에 매출액을 실제보다 줄여서 신고하는 학원측이 김씨의 소득노출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 김씨는 고민 끝에 선배가 운영하는 학원에 학원강사로 등록한 뒤 일단 매월 3백만원으로 소득신고를 했다. 김씨는 『현재 연봉 억대가 넘는 강사들이 수두룩하지만 나이와 능력 등을 생각하면 연봉 5천만원 정도가 적정 수준일 것』이라며 『고액수강료와 무적(無籍)강사를 철저히 단속하면 수강료인하는 물론 「재벌강사」도 없어질 수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씨는 특히 △교육청의 형식적인 단속 △학원운영자 및 강사들의 그릇된 직업윤리 △학부모들의 왜곡된 인식 등 세가지를 「학원비리 3인방」으로 들었다. 김씨에 따르면 서울시 교육청은 1년에 봄 가을 두차례에 걸쳐 학원단속을 실시하는데 형식적이어서 학원가에서는 「연례행사」로 부른다는 것. 또 단기간에 한탕하고 뜨려는 학원관계자들이 고액수강료를 경쟁적으로 부추기고 있는데다가 강남지역에서는 수강료를 비싸게 부를수록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아 건전한 학원운영자가 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씨는 『현재 학원이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도박장으로 인식되면서 학교교사들의 학원가진출이 계속돼 공교육의 공동화(空洞化)현상이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위험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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