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화도 도청당하는 것 아닐까」. 李韓永(이한영)씨 피격사건과 金賢哲(김현철)씨의 국정 개입사실 녹음공개 및 한보청문회 등을 통해 전화도청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도청방지기 수요가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사립탐정이나 심부름센터에 의뢰하면 도청이 쉽게 이뤄지는 현실에 대한 일반인들의 자구책 마련 노력이 최근의 사회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2월초부터 도청방지기를 팔아온 한 회사의 경우 3월까지만 해도 하루 3,4개를 판매하는데 그쳤으나 4월중순 이후부터 10배나 많은 30여개씩을 팔고 있다.
지난 3월중순 신문광고를 내고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W사의 Y사장은 『광고를 낸 초반에는 하루 2,3개 정도를 팔았으나 한보청문회가 진행되면서 하루 40∼50개씩 주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업자들에 따르면 도청방지기를 구입해가는 곳은 대기업 및 정 관계인사가 60%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일반가정에서 사가고 있다고 한다.
한 판매업자는 『P의원 등 국회의원 10여명이 도청방지기를 구입, 사무실과 집 등에 설치했다』며 『신상품 개발정보 등을 보호해야 하는 대기업과 은행 증권사 등 통신보안에 관심이 높은 곳에서 구입해가고 재야단체도 사간다』고 말했다.
이밖에 군 경찰 등에서도 구입의사를 밝혀오고 있으며 일부 탈선주부들이 불륜사실 발각 방지를 위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지난달 구청장이 구속된 서울 모구청측은 4개를 구입, 통신실 등에 설치했다. 국내 재벌그룹의 한 계열사는 도청방지기를 구입해간 뒤 전화가 도청된다는 사실을 확인, 판매회사측에 고맙다는 인사까지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전화도청방지기는 가로 15㎝ 세로10㎝ 두께5㎝ 가량의 소형으로 전화기에 바로 연결하는 방식이어서 설치가 간단하다. 가격은 12만원대. 통화 도중 누군가가 도청을 하게 되면 경보음이 울리면서 통화가 자동 중지된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불신풍조가 많은데다 최근 사회가 혼란스러워 도청방지기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통신비밀보호법 등의 엄정한 집행으로 사생활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동근·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