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수사 어떻게…]비자금 『시인』 이권개입 『부인』

  • 입력 1997년 5월 12일 20시 17분


金賢哲(김현철)씨의 비자금을 관리해온 대호건설 李晟豪(이성호)전 사장과 金鍾郁(김종욱)전 기획조정실장이 잇따라 귀국함에 따라 현철씨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씨가 관리해 준 현철씨의 비자금 규모는 상당부분 파악했지만 현철씨의 비자금 조성 방법과 이권개입 등에 대해서는 계속 부인하고 있어 현철씨를 형사처벌하는데 필요한 물증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비자금 관리 실무를 맡은 김씨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현철씨의 비리전모를 파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수사관계자들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검찰은 이씨를 조사한 결과 『1백억원대의 현철씨 비자금을 관리해왔으며 이중 상당부분은 이미 현철씨가 도로 회수해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지난 93년 말 현철씨에게서 5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받아 대신증권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관리해오다 지난 95년 여름 전액 현금으로 인출, 되돌려준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이 돈을 자신의 친인척 5,6명 명의로 개설한 계좌를 이용, 주식 또는 채권을 사들였다가 다시 파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씨가 관리해준 현철씨의 비자금 규모와 관리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으나 이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문제의 돈이 과연 대선자금 잔여분인지 현철씨가 이권에 개입한 대가로 받은 돈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 검찰은 이씨가 『포항제철의 철강판매권을 따낸 동보스테인레스는 김종욱씨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회사이지 나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현철씨의 개입을 완강히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이밖에도 대호건설의 관급공사 수주나 케이블TV 매집, 청남골프장 부지매입 등에 대해서도 현철씨의 관련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이씨는 평소 친형처럼 여기던 현철씨가 정치에 뜻을 두고 있어 활동비를 건네주고 술을 사준 적은 있지만 이권청탁의 대가로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는 것. 검찰은 일부 기업인들이 『이씨의 소개로 현철씨를 만났고 활동비도 건넸다』고 진술한 내용을 근거로 이씨가 현철씨와 재벌 2세 및 중견 기업인들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했으나 별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수사관계자는 『이씨가 귀국 전에 현철씨측과 입을 맞춘 듯한 흔적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현철씨가 자신의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결국은 실토할 것으로 검찰은 낙관하고 있다. 〈하종대·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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