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문제로 부인과 갈등을 겪던 마취과 전문의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약물을 투여하고 부인이 자살하자 이를 교통사고로 위장했다가 경찰에 발각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일 밤10시20분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W아파트 이상훈씨(34·마취과의사)의 집 안방에서 이씨가 왼쪽 팔 정맥에 약물을 투여하고 숨져 있는 것을 송파경찰서 한상운경장(41)이 발견했다.
한경장에 따르면 이날 밤9시경 이씨가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아내는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다. 유서에 모든 것을 써놨다. 도착하면 이미 나는 죽어 있을 것이다』고 말해 이씨의 아버지와 함께 달려가 보니 이미 숨져 있었다는 것.
한경장은 이씨가 간호사출신의 부인 이모씨(34)를 자신의 티코승용차에 태우고 지난 5일 오후 4시반경 서울 송파구 신천동 올림픽대로상을 운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사고를 낸 뒤 『운전부주의로 사고를 내는 바람에 함께 타고 있던 아내가 숨졌다』고 신고해 와 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씨는 처가식구에게 남긴 유서에서 『제가 바람을 좀 피웠는데 안사람이 이혼을 안해준다더군요. 안사람은 애들과 함께 죽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홧김에 「이 주사를 맞으면 죽을 수 있다」며 극약을 만들었습니다. 수술을 하러 갔다오니 아내가 그 약을 팔뚝에 주사하고 숨져 있었습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과 검사 앞으로 『병원으로 가는 도중 같이 죽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가드레일로 뛰어들었지만 나는 하나도 안 다쳤습니다. 제가 저지른 일을 뉘우치니 아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은 중지시켜 주십시오』라는 유서를 남겼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