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2차공판]홍인길 『은행장에 「한보」부탁』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31일 열린 한보비리사건 2차공판에서는 정치인들이 정태수(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이 정치자금 또는 뇌물인지 등에 대한 변호인신문이 진행됐다. 다음은 변호인 및 검사와 피고인들의 일문일답 요약.>> ▼ 洪仁吉(홍인길)피고인 金慶會(김경회)변호사〓鄭泰守(정태수)피고인으로부터 대출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모두 인정하나요. 홍피고인〓예. 김변호사〓외환은행장에게 전화로 시설자금 대출을 부탁하면서 『한보철강 잘 부탁한다』고만 짧게 얘기했지 구체적으로 대출에 대해 부탁한 건 아니죠. 홍피고인〓예. 김변호사〓韓利憲(한이헌)전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당진제철소 사업초기에는 전폭 지원하다가 공장 다 지어가니 대출을 꺼린다』며 정부시책을 꼬집은 사실이 있지요. 홍피고인〓예. 김변호사〓정총회장은 대출을 부탁할 때마다 사례하겠다고 했으나 총선에 나갈때 지원해 달라며 거절한 사실이 있지요. 홍피고인〓예. ▼ 黃秉泰(황병태)피고인 申聖澈(신성철)변호사〓정총회장이 金時衡(김시형)산은총재를 아느냐고 물어 피고인의 고향후배이자 피고인 지역구에 있는 예천전문대후원회 부위원장이라 잘 아는 사이라고 답했죠. 황피고인〓예. 신변호사〓지난해 10월30일 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한보대출에 문제가 있느냐』고 물으니 김총재가 『담보분류작업이 끝나면 곧 대출승인을 해줄 것이다』라고 답했죠. 황피고인〓예. 신변호사〓전화통화사실을 정총회장에게 알려주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우연히 통화하던중 『산은 운영자금 대출은 곧 처리될 것』이라고 말하니 정총회장이 껄껄 웃으며 『이미 승인났다』고 했죠. 황피고인〓예. 신변호사〓지난해 11월 정총회장이 『후원회에 찾아가지 못해 미안하다며 현금을 가져왔으니 받아달라』고 해 예천전문대 후원금으로 쓰겠다고 2억원을 받았죠. 황피고인〓예. (검찰 보충신문) 金明坤(김명곤)검사〓2억원을 지난 1월말 넘겨주기까지 받은 돈을 사과박스에 그대로 보관했나요. 황피고인〓아닙니다.풀어서 뒀는데 후원회 지원금으로 받은 다른 돈과 섞인걸로 생각됩니다. 朴相吉(박상길)검사〓후원회에 지원금을 주는 것도 결국 피고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요. 황피고인〓맞습니다. 박검사〓김총재에게 전화한게 다소나마 대출과 관련한 부담을 주기 위한 것이었지요. 국회 재경위원장의 지위가 부담을 준다는걸 피고인도 알고 있죠. 황피고인〓예. ▼ 金佑錫(김우석)피고인 姜原一(강원일)변호사〓鄭泰守(정태수)피고인으로부터 지난 94년 4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았습니까. 김피고인〓그렇습니다. 강변호사〓정피고인을 만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한보를 잘 봐달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의례적인 인사로 알았고 정피고인은 한보특혜지원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한국당 송파구 갑지구당 운영과 다가올 총선에 재출마할지에 관심을 보여 정치자금인 줄 알았죠. 김피고인〓그렇습니다. 강변호사〓비록 대가성은 아니지만 돈 받은 사실을 후회하고 있습니까. 김피고인〓(눈물을 흘리며) 위로는 대통령 각하와 李壽成(이수성)전총리를 볼 면목이 없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50여일간 인생을 참회하는 심정으로 살고 있습니다. 관대한 처분만을 기다리겠습니다. ▼ 申光湜(신광식)피고인 金正洙(김정수)변호사〓은행장이 한달에 소요되는 돈이 얼마나 된다는 것은 얼마전 일간신문에서도 게재되었습니다만 은행에서 지급되는 소위 판공비로서는 감당하기가 어렵지요. 신피고인〓예. 김변호사〓鄭泰守(정태수)피고인으로부터 지난 96년7월에 돈을 받은 것은 당시 피고인이 은행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정태수피고인이 『은행장 취임을 축하한다, 은행장으로 취임해서 일을 보게 되면 돈도 많이 들 것 같아 용돈을 준비했다』고 하면서 주었지요. ▼ 우찬목 피고인 黃相顯(황상현)변호사〓피고인이 한보철강에 자금지원을 하게 된 것은 한보철강의 아산만 철강단지 조성사업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국가 기간산업으로 이미 제일은행 산업은행에서 자금지원을 해 1단계공사가 마무리된 상태에 있어 조흥은행으로서는 후일 한보철강과 원만한 거래관계를 갖기 위해 자금지원에 가담하게 된 것이지요. 우피고인〓예. 황변호사〓피고인이 지난 96년 7월경 피고인 정태수를 하얏트호텔에서 만나게 된 것은 정피고인이 공장건설 진행상황을 직접 설명하겠다고 해 만난 것이지요. 우피고인〓예. 황변호사〓그 자리에서 정피고인은 공장건설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금지원에 감사하다며 선물을 차에 실어 놓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그 선물이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요. 우피고인〓예. 황변호사〓집에 와서 보니 사과상자에 돈이 들어있었는데 금액이 너무 많아 반환해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정피고인과 연락이 잘 안돼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반환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우피고인〓예. ▼ 李喆洙(이철수)피고인 趙弘殷(조홍은)변호사〓피고인이 제일은행장으로 재임한 기간(93년 5월∼96년 4월)중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이 총 9천2백24억원으로 다른 행장들에 비해 규모가 큰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당진제철소 냉연공장기계설비수입을 위한 외화대출비 미화 3억달러(약 2천5백억원)와 유원건설부도로 제삼자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조건계약에 따른 건설자금 2천1백억원 등 거액여신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지요. 이피고인〓예. 조변호사〓제일은행은 제철소가 완공돼야만 6천억원이상의 후취담보가 확보되는 것이므로 후취담보의 확보에 차질이 없도록 계속 자금을 지원해야 했고 결국 한보철강에 물려들어간 결과가 되었지요. 이피고인〓물려들어간 것은 아니고 대출즉시 담보가 들어오게 돼 있었습니다. ▼ 鄭在哲(정재철)피고인 李定洛(이정락)변호사〓피고인이 권노갑을 정태수 피고인에게 소개한 배경은 한보철강 문제가 국회에서 거론돼 정치쟁점화할 경우 여야의 대립으로 원활한 국회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지요. 정피고인〓예 이변호사〓피고인은 지난 95년 10월경 정태수로부터 돈을 받아 피고인 권노갑에게 전하려 하였으나 연락이 안돼 권노갑에게 전해주거나 정태수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었지요. 정피고인〓예. 이변호사〓그래서 피고인은 돈을 가지고 있던 중 이를 지구당대회 개최비 등 확대개편된 지역구를 관리하는 정치자금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지요. 정피고인〓예.權魯甲(권노갑)피고인李錫炯(이석형)변호사〓피고인은 정태수회장으로부터 공소장 기재와 같은 시기인 지난 93년 3월초경부터 96년 3월까지 세차례에 걸쳐 각 5천만원씩 합계 1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국회의원직무와 관련해 불법부당한 청탁이나 사례금 명목으로 받은 적이 결코 없지요. 권피고인〓없습니다. 이변호사〓정태수회장은 수서택지사건과 관련해 정치인 등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돈을 받을 수도 없었지요. 권피고인〓그런 일 없습니다. 이변호사〓정재철의원은 동국대 1년선배로 40년 이상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이 지내온 사이로 원래 경제적으로 유복해 피고인에게 아무 조건없이 용돈이나 정치자금 명목으로 간혹 돈을 주었지요. 권피고인〓유신 때 고생하면서 어려울 때, 환난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긴 했으나 큰 건 아니었습니다. 〈정리〓하종대·서정보·김홍중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