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2차공판 스케치]『반성합니까』『예』…

  • 입력 1997년 3월 31일 19시 48분


[김홍중·이호갑·신석호기자] ○…한보특혜대출 비리사건 2차 공판이 열린 31일 오전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입구에는 이날 오전 8시경부터 방청객 1백여명이 장사진을 치고 대기하다 오전 9시20분부터 간단한 검색절차를 거친 뒤 차례로 입정. 법원측은 첫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방청권을 따로 배부하지 않고 일반인의 법정출입을 허용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 노란색 테이프로 통로를 제한하고 방호원을 대거 배치하는 등 질서유지에 몹시 신경쓰는 모습. ○…이날 법정에는 한보그룹 주거래 채권은행 등 시중은행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 검찰의 재수사 착수 이후 은행임직원 형사처벌 여부에 긴장하는 분위기를 대변. 전직 행장이 피고인으로 출정했다는 한 은행관계자는 『담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검찰이 대출과정을 일일이 문제삼는다면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겠느냐』며 불만을 표출. …이날 피고인들은 1차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장(孫智烈·손지열 부장판사)의 호명에 따라 洪仁吉(홍인길)의원부터 한명씩 차례차례 대법정에 입정. 우찬목 전조흥은행장을 비롯한 대부분 피고인들은 푸른 수의를 입고 빈손으로 들어와 재판장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으나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은 오른손에 검은색 털모자와 목장갑을 들고 법정으로 들어와 눈길. ○…이날 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 첫 질문이 대부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반성을 내용으로 담아 눈길. 鄭在哲(정재철)피고인의 변호인 李定洛(이정락)변호사는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것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까』라고 묻자 정의원은 『예』라고 답변. 우찬목피고인도 黃相顯(황상현)변호사의 『피고인은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이로 인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반성하고 있지요』라는 유도성 질문에 『예』라고 답변. ○…정재철피고인은 자신이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권노갑의원에게 전해준 이유를 「국정의 평화를 위해 했던 일」이라고 해석, 방청객들의 눈총을 받기도. 정의원의 변호인인 이정락변호사는 반대신문에서 『피고인은 원로 정치인으로서 항상 자신을 의원들간의 정의로운 중재자라고 생각해왔죠』라고 물었고 정의원은 당당하게 『예』라고 대답. ○…손지열부장판사는 이날 은행장피고인들에 대한 변호인 신문말미에 각 은행의 총여신규모를 일일이 물어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 손부장판사는 우찬목피고인에 대해 『조흥은행의 총여신규모는 얼마냐』고 물었고 우피고인은 『25조∼26조원 정도 된다』고 대답. 손부장판사는 또 『그럼 한보외에 가장 많은 여신을 주는 그룹은 어디냐』고 재차 질문했고 우피고인은 『현대 삼성 등 5대 그룹에 보통 1조5천억원에서 2조원의 여신이 있다』고 설명. ○…이날 黃秉泰(황병태)피고인은 『현 정치인들이 청탁이나 각종 부탁을 무조건 수용해주는 잘못된 풍토에 젖어 있다』며 정치권의 부패불감증을 제기해 눈길. 황피고인은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정총회장으로부터 앞뒤를 가리지 않고 선뜻 응한 것은 자신도 모르게 정치권의 만성적인 부패관행에 젖어 버린 결과』라고 자책. ○…정태수피고인은 이날 김우석피고인에 대한 반대신문이 한창 진행되는 도중 법정의 쌀쌀한 공기에 한기를 느꼈는지 입정할 때 들고왔던 검은색 털모자와 흰색 면장갑을 착용. 하지만 정피고인은 70대 고령에 당뇨병 고혈압 등 많은 지병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공판과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등 노익장을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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