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장경질/청와대·여야 반응]현철씨 뇌물설 초긴장

  • 입력 1997년 3월 21일 20시 10분


정부가 21일 한보사건의 수사사령탑이었던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한보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여권은 한보사건과 관련, 지금까지 두가지 의혹에 시달려왔다. 하나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가 연루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이 「깃털만 뽑고 몸체는 숨겼다」는 것이었다. 이중 현철씨 연루의혹은 현철씨가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의 증인으로 채택되고 본인도 출두의사를 밝힘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따라서 여권으로서는 또다른 멍에인 검찰수사에 대한 불신은 수사진을 교체하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처럼 검찰의 내부반발을 무릅쓰고 「초강수」를 쓴 것은 김대통령의 임기중에 「한보와 현철씨의 망령」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강한 희망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공교롭게도 이날 현철씨의 측근인 朴泰重(박태중)씨의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며 「현철씨 2천억원 리베이트수수설」을 흘렸다. 이는 「검찰흔들기」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검찰의 여권핵심부에 대한 강한 반발의 표시가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수사팀교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던 신한국당 관계자들은 대검중수부장이 전격경질되자 경악했다. 더욱이 현철씨의 2천억원 수수설까지 흘러나오자 『만일 그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대통령은 어떻게 되느냐』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당내에 팽배했다. 검사출신 한 의원은 『조직의 명예를 중시하는 검찰의 생리상 사상초유인 수사팀 교체가 검찰을 격앙시켜 앞으로 검찰은 정치권수사에 일절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보사건 수사가 급진전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국당은 최전대검중수부장이 수사경험이 부족한데다 한보사건수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워낙 강해 교체됐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 高建(고건)총리의 의견도 상당히 반영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날 대검중수부장이 경질된데 대해 『당연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인 책임자인 검찰총장은 왜 사퇴를 하지 않느냐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국민회의 鄭東泳(정동영)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은 스스로 사퇴를 결정하라』고 촉구했고 자민련 安澤秀(안택수)대변인도 『현철씨 사건수사를 엄정하게 하려면 검찰총장은 물론 한보수사팀을 대폭 교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채청·이동관·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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