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재수사』 여론에 검찰 곤혹

  • 입력 1997년 3월 18일 19시 45분


[김정훈·서정보 기자] 崔炳國(최병국)대검중수부장은 17일 오후 金起秀(김기수)검찰총장에게 불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날 한보대출비리사건 첫 공판에서 韓利憲(한이헌) 李錫采(이석채)전청와대경제수석의 한보대출개입사실을 공개하면서 언론에 전후사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이를 숨겨온 것처럼 비치게 한데 대한 질책이었던 것. 한보비리사건 수사로 검찰이 「동네북」 신세가 된데다 金賢哲(김현철)씨에 대한 수사도 소극적이라는 비난까지 듣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두 전수석이 은행에 대출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져 재수사 요구까지 나오자 검찰은 곤혹스럽기만 하다. 검찰은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으로부터 『洪仁吉(홍인길)의원이 경제수석들에게 대출청탁을 부탁했다』는 진술을 받아낸 뒤 두사람의 뇌물수수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수사중인 내용이어서 그동안 이를 공개할 수 없었다며 억울해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한보사건 관련자들을 일괄기소한 뒤에도 검찰은 정총회장과 홍의원은 물론 전직 경제수석들을 여러번 불러 조사했다는 것. 따라서 대검중수부 수사팀은 두 사람의 범죄혐의를 밝혀내지 못한 무능을 비난한다면 기꺼이 감수하겠지만 고의로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은 오해라는 것. 또 대다수 검찰관계자들은 『지금은 검찰이 뭘하든 하는 일마다 욕을 먹는데 어쩌겠느냐』는 자조적인 말들을 털어놓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도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대검 간부들은 시간이 갈수록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현철씨 수사관계자는 『지금까지 현철씨와 관련된 여러가지 의혹을 점검해 본 결과 대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수사상황은 어두운 막장에서 광맥을 찾고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러가지 의혹중 사건이 될만한 광맥을 찾고 있으나 여전히 혐의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다가 정말로 현철씨를 잡아넣지 못하면 그때는 국민에게 뭐라고 해명하느냐며 걱정에 가득차 있다. 심지어 『정 안되면 현철씨가 무면허운전을 한 것이라도 잡아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농담이 검찰간부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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