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기자] 서울 반포고교의 새내기 金珉燮(김민섭·15)군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 매일아침 거울을 보는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 짧은 앞머리를 무스로 넘길 때는 정성을 다한다.
『조잘거리는 깍쟁이들한테는 관심없어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초등학교 졸업이후 처음 여학생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게 된 김군은 여학생들에게 신경을 쓰는 눈치다.
김군이 다니는 반포고를 비롯, 석관 신림 선정고 등 서울의 19개 남녀공학고교에서는 올해 처음 신입생을 대상으로 남녀혼성반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말 「학교폭력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남녀가 한 교실에서 공부하면 그만큼 폭력충동과 이성에 대한 위험한 호기심도 줄어들지 않겠느냐며 시작한 것이다.
남녀혼성반 편성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교사들은 조용하고 깨끗해진 교실을 꼽는다.
가락고 李赫濬(이혁준)교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 신입생들은 복도와 교실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시끄럽게 굴지 않고 교실도 깨끗하게 청소한다』며 만족해했다.
공항고 李台載(이태재)교장도 『거칠고 욕 잘하던 남학생들이 몰라보게 점잖아져 오히려 남자다운 기백을 잃고 여성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옷차림이 단정해지고 몸가짐도 조심스러워졌다.
양복형태의 교복을 입는 중경고의 吳榮煥(오영환)교장은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신발을 꺾어신은 채 질질 끌고 다니는 남학생들을 보기 드물게 됐다』고 말했다.
반포고 신입생 林眞希(임진희·15)양은 『여자끼리 생활할때는 스타킹이 내려가도 앉은 자리에서 치마를 걷고 올렸는데 지금은 살짝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며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남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으니까 활기있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남녀혼성반을 둔 고교에는 지켜야할 생활예절이 있다.
남학생은 △겉옷을 함부로 벗지않기 △하복 입을 때는 러닝셔츠를 반드시 받쳐입기 △목욕 자주하고 옷 자주 빨아입기 △실내에서 난폭한 장난 하지않기 등. 여학생은 △속옷 끈 안보이게 하기 △덥다고 치마 걷어올리지 않기 △화장 귀고리 하지않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