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수사 스케치］범인 서울잠입 가능성

▼ 경찰 ▼

○…이한영씨 피격사건을 수사중인 합동수사본부는 16일 수사본부가 설치된 경기 성남시 분당경찰서 상황실 등에 대한 보도진의 출입을 통제한 채 관계자 회의를 거듭.

안기부 군기무사 경찰 등 관계자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일단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있으며 현재로선 수사장기화가 불가피한 것 같다』고 어두운 표정.

○…경찰청은 이씨를 저격한 범인들이 일단 서울로 잠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분당경찰서에 마련된 합동수사본부와는 별도로 16일 서울경찰청에도 수사본부를 설치.

서울경찰청 成樂合(성낙합)보안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서울지역 수사본부는 공항 역 터미널 숙박업소 등에 대한 검문검색과 대공용의자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

○…사건발생후 경찰의 대응이 다소 느슨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심.

경찰은 15일 오후9시52분경 분당경찰서지령실에서 사건을 접수한 뒤 5분타격대 출동(오후9시55분) 서현파출소직원 현장파견(오후10시15분) 이씨 병원후송(오후10시20분) 병력 비상소집(오후10시45분) 병력 추가배치(오후11시50분) 등의 조치를 취하고 16일 0시경부터 본격 검문검색에 들어갔지만 이 시간은 이미 범인들이

성남을 빠져 나간 후라는 지적이다.

▼ 검찰 ▼

○…이씨 피격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검찰청 공안부 검사들은 16일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 출근,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맞은 총탄성분 등을 분석, 북한간첩의 소행인지를 명확히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며 『黃長燁(황장엽)북한노동당 비서의 망명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미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한 표정.

○…金大雄(김대웅)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은 이씨 피격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李貴男(이귀남)공안담당 형사2부장을 비롯한 검사 전원을 16일 오전 1시경 비상소집한 뒤 검찰총장과 차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밤을 꼬박 새우며 경찰 수사를 지휘.

또 16일 오후 2시반경 출근한 周善會(주선회)대검공안부장은 수사기획관과 공안1, 3과장 등을 불러 1시간이 넘도록 대책을 숙의.

○…검찰은 사건발생 10일전부터 전화국직원 잡지사 기자라는 사람으로부터 이씨의 소재여부 등을 묻는 전화가 걸려왔었다는 이씨 부인의 진술에 따라 통화기록 추적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과거 간첩사건에서 보듯 일반시민들의 제보나 신고가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며 시민들의 제보를 당부.

▼ 현장 주변 ▼

○…이씨가 피격된 분당 현대시범아파트 주변에는 무장한 군병력과 경찰이 배치돼 긴박감이 감돌았다.

이곳 주민들은 『김정일의 조카가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조용한 주택가라 평소 범죄가 거의 없었는데 아주 큰 사건이 터졌다』며 긴장하는 모습.

○…이날 오전 6시경 이씨가 입원중인 분당 차병원을 다녀온 이씨의 외삼촌 성일기씨(63·서울 성동구 성수동)는 이후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취재진과의 접촉을 완강히 거부.

성씨의 신변보호를 위해 집 앞에서 경계근무중인 경찰은 『성씨가 「1월초 한영이가 세배를 하러온 것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조카가 평소 쓸데없이 TV 등 언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 화를 자초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박종희·홍성철·김정수·서정보·조원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