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한영씨 피격]이씨 뇌사상태…16일밤 못넘길 듯

  • 입력 1997년 2월 16일 16시 39분


黃長燁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요청과 관련,북한의 보복테러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金正日의 前 동거녀 成惠琳의 조카로 지난 82년 귀순한 李韓永씨(36.서울 서초구 반포동)가 15일 밤 북한 간첩으로 보이는 2명으로부터 권총 저격을 받았다. 李씨는 실탄 1발이 왼쪽 이마를 관통, 뇌 속에 박혀 뇌사상태에 빠졌고 산소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으며 16일 밤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북한 간첩들이 사용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으로 이 권총에 소음기를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고도로 훈련된 북한 간첩의 소행이 아닌가 보고 수사중이다. ▲피격 : 15일 밤 9시 52분께 京畿도 城南시 盆唐구 書峴동 현대아파트 418동 1402호 金장현씨(44.한양대 교직원) 집 앞 복도에서 李씨가 40대 남자 2명이 쏜 권총 실탄에 이마를 맞았다. 당시 실탄 1발이 李씨의 왼쪽 이마를 관통, 뇌 속 5㎝ 깊이에 박혔으며 李씨는 이웃 주민에 의해 분당 차병원으로 옮겨졌다. 金씨의 부인 南상화씨(43)는 "현관문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비디오폰으로 밖을 내다보니 40대 중반의 남자 2명이 李씨에게 권총을 겨누고 있었으며 이중 1명이 李씨의 이마에 실탄을 발사한 뒤 달아났다"고 말했다. 南씨는 또 "괴한들이 사라진 뒤 쓰러져 있는 李씨에게 다가가 `누가 그랬냐'고물어보니 李씨가 손가락 2개를 펴보이며 `간첩, 간첩'이라고 외친 뒤 의식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1401호 주민 朴鍾恩씨(46)는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 밖에서 `쾅쾅'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李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복도에 쓰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치료 : 분당 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李씨는 맥박이 많이 약해져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지만 16일 밤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李씨는 현재 3층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뇌사상태이고 혈압이 50에서 60정도로 떨어져 병원측은 李씨 가족과 李씨의 산소호흡기 제거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李씨는 머리부위에만 총상을 입었을 뿐 당초 총상으로 알려졌던 가슴의 상처는지름 3㎝가량의 찰과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李씨 담당의사인 崔홍규 신경외과 과장은 "李씨의 머리에 박힌 총알을 빼낼 경우 오히려 생명을 단축할 우려가 있어 그대로 두고 있으며 뇌에 고인 피를 닦아내는 조치만 취했다"고 말했다. ▲피격 현장 : 李씨가 총을 맞고 쓰러졌던 이 아파트 14층 엘리베이터 앞 복도와 벽면 곳곳에는 핏자국이 남아있어 피격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케 했다. 李씨가 쓰러졌던 복도 두곳에는 손바닥 크기의 핏자국이 있고 바닥에서 30㎝ 높이의 벽면에는 쓰러질 때 묻은 것으로 보이는 20㎝ 길이의 옆으로 밀린 핏자국이 뚜렷했다. 李씨는 최근 黃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신에게 북한의 보복테러가 있을 것 같다고 자주 말하며 불안해 했으며 이날 오후 9시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친구와 만난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고있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함께 살고 있는 金씨 부부는 전했다. 李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학 선배인 金씨 집에서 임시 기거해 왔으며 이날 밤친구를 만난 뒤 귀가하던 중 아파트 주변에서 기다리고 있던 괴한들에게 피격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수사 : 李韓永씨 피격사건을 수사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16일 이번 사건이 북한 지령을 받은 공작원이나 국내에서 암약중인 고정 간첩이 黃노동당 비서의 망명요청과 관련, 보복테러한 것으로 보고 대공수사 쪽으로 수사방향을 공식 전환했다. 수사본부는 조사과정에서 총격을 당한 李씨가 의식을 잃기 직전 함께 살고 있는 南씨에게 "간첩 간첩"이라고 말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총기가 북한의 대남 간첩들이 주로 사용하는 벨기에제 브라우닝 권총이었던 점, 권총에 소음기를 사용했던 점 등으로 미뤄 고도의 훈련을 받은 북한 간첩들의 소행으로 심증을 굳히고 있다. 이에따라 경찰은 이날 盆唐경찰서에 金德淳 京畿지방경찰청청장을 본부장으로하는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수사본부는 피격당일인 15일 李씨가 거주하고 있던 金씨의 집에 범인들이 여성잡지 기자라며 李씨를 찾는 전화를 두번이나 걸어온 것을 확인하고 전화발신지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16일 0시 京畿도 전역에 갑호비상령을,육군은 오전 2시 55분을 기해 경기동부 지역에 `진돗개 하나'를 각각 발령했으며 경찰은 8천4백여명의 수사관을 역과 터미널, 숙박업소, 사찰 등에 파견하고 서울 등으로 연결되는 인근 도로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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