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구속 9명 실질심사 왜 안했나』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신석호기자] 「영장실질심사제 실시로 탤런트나 평범한 회사원도 불구속처리되는 판에 왜 국회의원이나 은행장 등 거물급은 실질심사도 없이 구속돼야 하나」. 올해부터 실시된 영장실질심사제로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힌 법원이 한보특혜대출비리 관련 주요인사들에 대해 실질심사도 하지 않고 신속히 구속영장을 발부하자 생겨난 궁금증이다.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재벌총수와 현직장관 각각 1명, 국회의원 4명, 은행장 2명 등 모두 9명이다. 특히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모두 실질심사를 거치지 않고 발부됐다. 이는 최근 피의자 10명 중 7명이 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추세와 배치된다. 또 법원의 영장전담판사들은 그동안 『구속영장 발부를 위해서는 실질심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피의자 신문율을 더욱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혀왔다. 이들이 구속된데 대해 이견을 가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법원은 돈을 주고 받은 뇌물사범의 경우 수사기관에서 자백했다가도 불구속상태에서 진술을 번복,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고 중형이 예상되는 만큼 달아날 염려도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지법 辛亨根(신형근)영장전담판사는 실질심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해 『피의자들의 범죄에 대한 소명이 대검측의 수사기록만으로 충분했다』며 『대법원 예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예규는 △수사기록상 피의자가 범행을 부인하고 기록만으로는 범죄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기록만으로 구속 사유와 필요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긴급체포 현행범체포 등의 적법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피의자를 신문토록 규정하고 있다. 신판사는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과 은행장 국회의원들이 돈을 주고 받은 시기와 장소, 액수와 전달방법 등에 대한 대부분의 진술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물론 검찰이 영장청구시 법원의 실질심사에 대비해 양측이 시인하는 확실한 혐의만 드러나도록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호텔예약서류 등 충분한 보충자료를 첨부해 판사의 「합리적 의심」에 대비한 것도 심사를 거른 이유 중 하나. 그러나 실질심사를 하지 않은 데 대한 반대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법원의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유리한 기록만을 제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를 검증키 위해 실질심사가 있는 것』이라며 『영장실질심사가 아직 시행초기단계인 만큼 이번 같은 중요한 사건일수록 실질심사를 해야 새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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