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히는 한보의혹/간큰 민주계 실세들]

  • 입력 1997년 2월 14일 20시 10분


[양기대·하종대기자] 지난 93년2월25일 출범한 金泳三(김영삼)정부는 「깨끗한 정부」라는 구호 아래 5,6공 정권하에서의 각종 비리와 공직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司正)작업을 벌였다. 이에 따라 朴哲彦(박철언)의원과 李鍾九(이종구) 李相薰(이상훈)전국방장관 등 과거정권에 몸담았던 정관계는 물론 군인사 등 50여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되고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줄줄이 구속됐다. 또 지난 95년말에는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이 천문학적 규모의 비자금을 거둬들인 사실이 밝혀져 두명의 전직대통령과 5,6공 정권의 「실세」들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지기까지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억대의 뇌물을 받은 李炯九(이형구)전노동부장관과 李養鎬(이양호)전국방장관 張學魯(장학로)전청와대제1부속실장 등 비위사실이 드러난 현정부에 몸담았던 고위공직자들까지도 구속시켜 비리척결에는 성역이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려고 나름대로 애썼다. 그러나 이번 검찰의 한보 특혜대출 비리사건 수사결과는 현정부의 골간을 이루고 있는 신한국당내 민주계 실세인사들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정부가 사정의 칼을 휘두르는 상황에서도 호텔 객실에서 부도덕한 기업가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 챙긴 사실을 확인시켜 줌으로써 충격을 던져 주고 있다. 지난 87년 김대통령이 민주당 총재로 재직할 당시 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김대통령의 민자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金佑錫(김우석)전내무부장관은 6공 정부에서 상공부장관과 한전사장을 지낸 安秉華(안병화)씨가 수뢰혐의로 구속기소된지 한달도 채 안된 지난 94년9월 서울 잠실의 한 호텔 객실에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을 만나 「부정한 거래」를 벌이며 1억원을 받아챙겼다. 그는 한달 뒤인 10월에도 역시 1억원을 받았다. 재무부 관료와 은행장 출신인 신한국당 鄭在哲(정재철)의원은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이 터져 나라가 온통 떠들썩하던 95년10월 역시 정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뇌물을 챙겼다. 또 전,노 두 전직대통령과 5,6공 주요인사들이 「역사 바로세우기」를 명분으로 한 과거청산작업 과정에서 구속돼 「세기의 재판」이 진행된 96년 한햇동안 김대통령의 핵심측근의 한명인 洪仁吉(홍인길)의원은 정총회장으로부터 2,3개월 간격으로 「월급이라도 받듯이」 2억원씩 네차례에 걸쳐 모두 8억원을 받아챙기는 표리부동한 행동으로 일관했다. 김대통령이 5,6공 인사들의 비리를 단죄하고 있는 뒷전에서 김대통령의 측근들은 너도나도 검은 돈을 받아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셈이다. 시중은행장들의 행태도 비슷하기는 마찬가지였다. 申光湜(신광식)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은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과 白源九(백원구)전증권감독원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된지 1개월도 채 안된 지난해 7월 정총회장으로부터 각각 2억원씩을 챙기는 대담성을 보였다. 신,우행장은 전,노전대통령이 비자금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과 22년6월형이 선고된 한달 뒤인 96년9월에도 각각 2억원씩의 뇌물을 추가로 받았다. 각각 2억5천만원과 2억원의 뇌물을 챙긴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과 신한국당 黃秉泰(황병태)의원도 李養鎬(이양호)전국방장관이 수뢰혐의로 구속된 지난해 10월 정총회장으로부터 역시 1억원과 2억원을 각각 받아 챙기는 배짱을 보이기도 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정총회장이 숱한 정치인과 은행장들에게 집중적으로 돈을 뿌린 96년 한햇동안 정총회장 역시 비자금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병보석으로 풀려나 법정을 들락거리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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