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3천만원짜리 공장을 짓는데 들어간 뇌물이 3천만원입니다』
지난달 노동계 총파업을 반박하는 광고를 일간지에 게재, 화제를 모았던 李永守(이영수·60)재이손산업 사장은 14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공직사회의 부패에 대해 포문을 열었다.
이날 이사장은 지난 89년 군사보호지역 부근에 공장을 세울 당시 관련 공무원들로부터 1년여간 공사비의 4분의 1가량을 뜯긴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른바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시청에서는 이 공장이 불법건축물이라고 계속 시비를 걸어왔다. 공장에 기계를 들였다 냈다를 반복하다가 견디다 못한 이사장이 동향에 대학동문인 당시 내무부장관에게 사정을 하소연했더니 금세 합법건축물이 됐다.
이사장은 『얼마후 새로 부임한 시장도 이 얘기를 전해들었는지 직접 나를 초청해 지역개발과 관련한 시정(市政)브리핑을 하는 등 야단법석을 피우더라』고 전했다.
지난 82년 자신이 만든 골프가방 수출선적을 며칠 앞두고 수출부적격판정을 받아 『기름을 칠해보라』는 주변의 권유대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써야했다고 이사장은 털어놓았다. 별 이유도 없이 부적격판정을 내린 공무원들은 이사장이 눈물로 하소연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뇌물은 이들을 간단히 움직여 즉시 OK가 났다.
『돈봉투를 담은 케이크상자를 담당공무원에게 내밀고 「가서 기다리시오」라는 한마디를 들었어요. 그 말에 위안을 받은 저 자신을 발견하고는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기업인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수록 돈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은행, 기업주들의 가슴에 불을 붙여놓고 돈을 뜯어가는 소방서원, 고스톱 판돈을 대주면 세금을 깎아주는 세무서원…. 이사장은 공무원에서 은행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인들을 괴롭히는 부정부패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한국경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는 평소 조찬세미나때의 두배가 넘는 2백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석해 이사장의 경험담에 『속이 다 시원하다』 『맞다』 『나쁜놈들』 등의 말로 공감을 표시하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사장은 부패 관료를 꼬집을 때 『지금은 세상이 많이 좋아졌지만…』이라며 오늘의 현실에 대해서는 슬쩍 넘기면서도 지난 76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사업가로서의 자신의 삶을 「피를 토하는 울분과 한없는 눈물」이라는 말로 요약했다.
강연뒤 질의응답시간에 자동차부품업체를 운영한다는 P사장은 질문은 접어둔 채 최근 세무서의 횡포에 시달린 자신의 사례를 소개하며 울분을 토했다.〈이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