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10시반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상가 3층 한보그룹본부에 도착한 8명의 검찰수사관은 한보철강 사장실을 둘러본 뒤 金筍健(김순건)기획담당 상무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이날 오후5시까지 압수수색을 실시.
수사관들은 4명씩 2개조로 나뉘어 鄭泰守(정태수)총회장 등 임원 사무실과 회계 및 재정 관련 사무실에 있는 서류와 경리장부들을 중점적으로 압수.
○…대검중수부 수사관 10명은 28일 오전10시15분경 서울 서초구 방배본동 정총회장 자택에 도착, 5∼6차례 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경비원들이 『전화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아 40여분동안 문앞에서 실랑이.
이날 정총회장 집에는 정씨 가족들은 없었는데 수사관들이 『강제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게 도와달라』는 말에 경비원들은 오전10시55분경 문을 열어줘 압수수색을 시작.
정총회장의 자택은 대지 7백여평에 흰색 대리석 외장재와 청기와 등으로 지어진 최고급빌라로 집안 곳곳을 감시할 수 있는 적외선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철옹성을 방불.
○…서울지법은 검찰이 한보계열사와 정총회장 일가의 집 등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전담판사인 李相喆(이상철)판사에게 배당했고 이판사는 50여분동안 기록을 검토한 뒤 영장을 발부.
이판사는 『한보사태가 국가경제와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큰 만큼 시급한 수사가 필요하고 회사측이 관련자료를 은폐, 혹은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설명.
○…검찰은 28일 대검찰청 10층 조사실 집기를 재배치하고 지하창고에 있던 책상을 다시 꺼내오는 등 대대적인 소환조사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는 모습.
한 수사관계자는 『부실대출 의혹과 관련된 금융계 인사와 한보측 자금담당책임자들이 1차 소환대상이 될 것』이라며 『일단 이 부분이 규명되면 다음 단계로 신속히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
○…검찰이 전현직은행장과 한보 임원 등 모두 17명에 대해 무더기로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특히 혐의사실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참고인까지 일괄적으로 출국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검찰은 당초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금지요청 사실을 밝히지 않았으나 청와대측을 통해 출국금지사실이 드러나자 『이번에 출국금지된 사람 중에는 단지 참고인에 불과한 사람도 있다』며 확대해석을 삼가 달라고 요청.
○…개정형사소송법 시행 후 처음으로 대형사건을 맡은 대검중수부는 수사 착수에 앞서 관련 법률을 면밀히 검토했다는 후문.
이는 종래 주요피의자에 대한 내사―소환―구속으로 이어지는 수사관행이 올해부터 도입된 영장실질심사제 등으로 인해 차질이 우려됐기 때문.
○…정 총회장이 입원중인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의료원 10층 특실병동 1017호 문앞에는 「면회사절」「절대안정」이라는 내용의 표찰을 내건 채 한보그룹 직원 서너명이 취재진들의 접근을 통제.
입원 이틀째인 28일 오전에는 정총회장의 셋째아들 鄭譜根(정보근)한보그룹 회장과 이춘발 홍보담당 부사장이, 오후에는 허정훈그룹고문변호사가 병실에 들러 검찰소환에 대비한 대책을 숙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한보측은 이날 오전 9시경 취재진들의 질의서를 받는 등 정총회장의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했다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했다며 황급히 기자회견을 취소.
〈洪性哲·田承勳·金泓中·申錫昊·丁偉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