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지커 왜 죽음 택했나…北 3개월 독방생활 취조 시달려

  • 입력 1996년 12월 19일 20시 43분


한국계 미국인 에번 헌지커(26)를 죽음으로 몰고간 요인은 무엇일까. 지난 8월말 북한에 불법 입국한 뒤 스파이혐의로 체포돼 3개월여동안 억류됐다가 풀려난 헌지커는 18일 미국 워싱턴주 타고마시의 한 모텔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현지경찰은 사인(死因)을 조사중이라고 하지만 가족들의 말이나 주변환경으로 미루어 자살이 분명한 것 처럼 보인다. 헌지커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그를 돌본 외숙모는 18일 전화통화에서 『헌지커가 평소 우울증이 있었다』고 전하고 『북한에서 돌아온후 그 증세가 더 심해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헌지커는 북한에서 돌아온 후 외삼촌이 경영하는 이 모텔에 줄곧 묵었는데 바깥 출입을 거의 안했고 사람을 보면 깜짝 깜짝 놀라기 일쑤였다고 외숙모는 말했다. 가족들은 그가 북한에서 3개월 동안 독방에 갇혀있었던 것이 그의 우울증을 결정적으로 도지게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헌지커 본인은 『북한측이 대우를 잘해주었다』고 말했지만 북한당국의 강요와 협박에 못이겨 세 차례나 자술서를 썼고 특히 마지막 자술서에는 「미국의 스파이」라고 쓰지 않고 못배길 만큼 시달렸다는 것이다. 헌지커가 석방돼 돌아온 후 곧바로 한국인 어머니에게 달려갈 수 없었던 것도 상태를 악화시킨 것 처럼 보인다. 사지(死地)나 다름 없는 곳에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어머니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갈 수 없었다. 북한에 들어가기전에 난폭운전, 폭행 등의 혐의로 앵커리지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어머니 곁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이 그를 헤어날 수 없는 절망 속에 빠뜨린 것 같았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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